며칠 전 지나는 길에 리뉴얼한 교촌치킨 매장의 모습을 봤다. 뭔가 기업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을거라는 예상을 했다. 교촌이라는 이름만 같았지 보여지는 브랜드 이미지는 기존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이전 캘리그라피로 표현된 BI는 배달용 패키지 정도에만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브랜드 확장성이나 무게감 측면에서 볼 때는 분명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리뉴얼은 당연한 변화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런 변화가 좀 낯설고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서야 안 사실이지만 교촌은 이미 작년 2020년 9월에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고 한다. 올해 초에는 모기업인 교촌에프앤비의 CI까지 교체한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에 치킨 브랜드 중에서도 선두 그룹에 있는 맘스터치 또한 작년 2020년 11월에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대대적인 이미지 변화를 줬다. 두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리뉴얼이 코로나를 겪고 있는 2020년이라는 사실이 광장히 인상적이다. 찾아보니 두 회사 모두 아주 큰 변화의 시점에 놓여 있었다. 교촌은 작년 11월 상장했고, 맘스터치는 2019년 11월 사모펀드에 매각됐다고 한다.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회사의 큰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인수 합병되고 사세를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변화를 알릴 방법으로 가시화된 브랜드 이미지 리뉴얼을 진행해 왔다.
그렇다면 교촌과 맘스터치에는 어떤 이미지적 변화가 있었고, 왜 그렇게 변해야 했는지 살펴보자. 두 브랜드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변화의 포인트는 비슷했다.
'우리는 더 이상 치킨 배달점이 아니라니깐'
교촌은 치킨 배달에만 목을 메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브랜드 로고 뿐 아니라, 최근 리뉴얼된 매장들을 살펴보니 쾌적하고 공간에서 맥주와 함께 치킨을 즐길 수 있게 변모했다. 직접 찾아와서 즐기는 여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처럼 오프라인 매장 체험도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는 기존의 치킨 배달음식이라는 인식을 넘어 한단계 높아진 지향점을 가진 브랜드가 되어 타 치킨브랜드와의 완벽하게 차별화된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내는 좁다. 세계로 세계로 비상하는 한국치킨'
교촌에프앤비는 현재 미국·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 총 6개국에 3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5년동안 중동·대만·하와이·터키·호주 등 총 25개국에 500개 매장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행보를 위해서는 글로벌 감각에 맞는 브랜드 이미지 셋팅은 필수가 아닐까. 음식 맛과 퀄리티만큼 브랜드의 이미지가 단긴 로고, 응용 디자인을 시스템화해야 체계적인 확장 및 인식의 확산이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존 지엽적인 느낌의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젊고 단정한 느낌의 브랜드 이미지로의 변화가 '세계로, 세계로'의 전략에 맞아 보인다.
'엄마의 손맛에서 디지털 감성의 터치로'
이제는 포장이나 간판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바일 주문을 위한 디지털 환경도 굉장히 중요해졌다. 거기에 유리한 브랜드 로고와 그래픽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쪽의 주사용자는 MZ세대가 될 것이다. 맘스터치 브랜드의 변화는 마치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로고에서 '디지털 감성의 터치'로의 변화된 느낌이 든다. 감성적 핸드드로잉 터치에서 디지털 친화적인 이미지로 변화한 것이다. 이는 아마도 MZ세대의 입맛에 맞추고자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교촌 또한 최근 모바일 주문앱을 바뀐 브랜드 로고를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 상에서의 구현과 활용도 면에서는 확실히 기존 로고보다는 매체 적용이 자연스러워졌다.
'치킨 하나만으로 부족해'
두 기업 모두 사업다각화를 염두해 두고 있다. 교촌은 간편식, 수제맥주, 펫푸드등으로의 확장을 염두해 둔 상태이고, 맘스터치는 화덕피자 브랜드를 이미 런칭해 확장 중에 있다. BI의 변화는 이 지점에서도 크게 영향을 미친듯하다. 리뉴얼 전의 모습은 누가봐도 치킨브랜드다움이 있었다. 치킨의 바삭한 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먹는 즐거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바뀐 로고들의 모습은 이전의 느낌을 완전히 버리고, 마치 미국식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전문점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햄버거 브랜드 사이에 놓여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미 햄버거가 메인인 맘스터치가 아니더라도 교촌 매장에서 파는 햄버거나 피자도 크게 어색할 것 같지가 않다.
지금까지 교촌과 맘스터치의 브랜드 리뉴얼에 대한 몇가지 포인트에 대해 살펴봤다. 기업의 경영 환경이 변하면 브랜드 이미지 또한 거기에 맞춰 가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제품이 가진 품질 만큼은 더 업그레이되거나 유지해야한다. 떨어지면 절대 안되는 것들이다. 두 브랜드의 이미지 변화가 미래의 브랜드 비전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고 맞는 방향으로 보인다. 맛과 품질면에서도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면 변화의 결과가 그리 긍적일 수만은 없다.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 브랜드 리뉴얼 비용으로 더 맛있는 치킨을 만드는게 낫지 않냐는 커뮤니티의 성토 글들이 꽤나 많은 걸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 이미지는 많이 변했는데 품질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떨어져있다면 고객들의 마음은 어떨까? 기대 심리의 격차 만큼 실망도 커지고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그만큼 낮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브랜드 리뉴얼에서 반드시 점검해야할 사항은 변해야 할 것들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일이 아닐까. 이 두가지를 구분하고 선별해 우선 순위를 정하는 일이야말로 브랜드의 얼굴에 새로운 메이컵을 하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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