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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브랜딩 브릭

쿠팡이 쿠팡마켓이었다면 어땠을까?

by BRIKER 2020. 11. 23.

'마켓컬리'가 그냥 '컬리'였다면 어땠을까?
'쿠팡'이 아니라 '쿠팡마켓'이었다면 어땠을까?

브랜드 네임의 앞이나 뒤에 '마켓'을 붙였는지 안 붙였는지에 따라 브랜드가 내린 전략적 결정을 엿 볼 수 있다. 마켓컬리는 앞에 마켓을 붙여 온라인 쇼핑이라는 업의 속성을 확연히 드러낸다. 컬리너리(Culinary :식문화의)에서 따 온 컬리라는 조금 어려운 단어가 마켓을 붙임으로 해서 훨씬 더 쉽게 느껴진다. 중간에 '켓, 컬'이 연속되는 거센소리 파열음은 한번 말하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소리라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전체적으로 이름이 길어졌지만 '컬리' 단독으로 쓰였을 때보다 더 많은 장점이 생겼다. 하지만 단점도 있기 마련인데, '마켓'을 붙이면서 쇼핑몰 말고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는 닫혔다. 쇼핑말고 다른 사업을 하기에는 좀 어색해 보인다. 그 게 오히려 딴 생각하지 않고 딱 하나에 집중해 고객들이 더 신뢰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에 비해 쿠팡의 브랜드 네임은 마켓컬리와는 다른 전략을 취한다. 마켓이라는 수식어를 뺐다. 처음 쇼핑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쿠팡이츠로 배달사업까지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 스트리밍, 물류사업까지 확장까지 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런 걸 보면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그런 가능성을 염두해 브랜드 네임을 선정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쿠팡'은 그냥 '쿠팡'이지 '쿠팡마켓', '쿠팡몰', '쿠팡숍', 쿠팡스토어'가 아니다. 마켓, 몰, 숍, 스토어 등의 한정적 단어를 붙이지 않음으로써 어떤 사업을 해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다. 예를들어 쿠팡이 중고거래 앱을 만들어도, 대리운전 어플을 만들어도 심지어 음악 어플을 만들어도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확정성이 큰 이름이다.

쿠팡의 사례를 생각하니 처음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이 아마존 북, 마켓 아마존, 아마존 스토어 등의 이름을 쓰지 않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단순히 온라인 서점사업만 하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같은 IT솔루션 사업까지도 염두해두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익이 쇼핑몰 수익을 맞먹는다고 하니까.

이름을 잘못 지었다면 사람처럼 개명하는 것도 검토해봐야한다. 그 동안 쌓아온 자산과 이미지가 모두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막대한 손실이 있지만, 먼 미래를 생각했을 때는 빨리 결단을 내릴 수록 오히려 이득이 될테니까.

주변에 개명을 한 지인들을 많이 봐왔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첫번째 이름으로 살아 온 그 친구와 두번째 이름으로 살아 온 친구는 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브랜드가 사람은 아니라서 이 정도의 감정을 느끼지지는 않겠지만 꽤나 혼란스러운 시간을 갖게될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브랜드 네임은 예쁘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짓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의 전략적 판단의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불리대로 된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브랜드가 앞으로 어떻게 불릴지에 따라 브랜드의 운명이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브랜딩의 어떤 과정보다 브랜드 네임을 판단하는데 신중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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