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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리딩 브릭

평평하고 소소한 것들의 힘

by BRIKER 2020. 12. 25.

저는 평소 카피라이터야말로 이 시대의 대중화된 시인이자 철학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구요. 카피라이터이자 광고 기획자인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난 이후부터입니다. 소위 광고쟁이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책 속의 한줄 한줄에서 세상의 이치를 해석해내고 그 이면을 꿰뚫어 보는 관점이 놀라웠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분들이 아마 시를 쓰고 철학을 만들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시’ 대신 ‘카피’를 쓰고 계십니다.

 

뜬금없이 박웅현 님 얘기를 하는 건 소개할 책 ‘평소의발견’을 쓴 유병욱 작가와도 관련이 있어서입니다. 두분은 현재 같은 광고회사를 다니고 한때 한팀이셨던 선후배 사인데요. 두분의 문체가 은근히 닮은 듯 달라서 그걸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TBWA Korea는 글맛집으로 지정해야할듯 합니다.

저는 카피라이터의 책들이 이해하기 쉽고 현실감각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평소의 발견도 그랬는데요. 책장이 너무 속도감 있게 넘어 가서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아까워서 일부러 시간을 끌며 정독하긴 정말 오랜만이였네요.

 

짐작컨데 이런 초가독성이 생기는 이유는 내용이 쉬워서라기 보다는 이 분들이 최대한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고 있어서가 아닐까 해요. 아니 그렇게 써주고 있다는 느낌이 맞겠네요. 그들이 항상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평소의 업무와도 무관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불친절한 카피는 외면 당하기 마련이니 계속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하지 않았을까요. 결국은 그런 노력이 이런 문체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내내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언어의 영역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는

카피라이터나

시각의 영역의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는

디자이너나

다루는 재료는 달라도 결국 비슷한 과정을

겪어서 그럴수도 있겠네요.

 

작가의 말대로 저 역시 크리에이티브는

갑자기 툭 튀어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평소 했던 관찰에서

평소 써 두었던 메모에서

평소 듣던 음악에서

평소 끄적이던 스케치에서

발견됩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가 쌓여서 결국 인생이 되는거니,

평소가 후지면 인생도 후지겠구나’라구요.

 

맞습니다.

후진 인생이 안될려면

오늘도 멋진 평소를

하나 하나 만들어가야합니다.

 

평평하고 소소한 것들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니까요.

 

 

 

 

 

유병욱 저자님의 강연 화면에 쓰인 글

 


* 이 글의 일부는 저자이신 유병욱 CD님의 강연에도 쓰였으며,

기록의 쓸모를 쓰신 이승희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영감노트' @ins.note 에도

소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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