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가장 재미있는 일 중 하나는 자동차 뒷태를 감상하는 일이다. 각기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비교하다보면 막히는 출퇴근길이 오히려 즐거울 때도 있다.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서는 당연히 압도적으로 현대차를 가장 많이 볼 수 밖에 없는데,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엠블럼이다. 보다보면 차에 뭔가 착 달라붙는 느낌이 아니라, 차체 위에서 동동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약진하는 현대차 외관 디자인을 따라가지 못하는 엠블럼 디자인은 매번 아쉬움이 컸다. 물론 상호협력을 강조한 철학을 담은 ‘H’마크는 현대차라는 모기업을 대표하는 CI(기업 아이덴티티)로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 마크가 자동차에 붙일 엠블럼으로 쓰려고할 때 생긴다.
왜 볼 때마다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그런 의문을 계속 품고 있던 중 문득 하나의 단서가 머리에 떠올랐다.
다른 제품들과는 다르게 자동차는 멈춰있는 게 아니라, 움직임과 속도가 있다. 이런 특수한 요인 때문이 아닐까라는 가설이 가장 가능성이 커보였다. 이 불안하고 어색해 보이는 엠블럼도 냉장고나 에어컨, TV 등 정적인 제품에 붙는다면 별로 이상할 것 같지 않으니까 말이다.
보통 자동차의 엠블럼은 차량의 전후면에 위치한다.
3차원의 제품 위에 1차원의 평면 엠블럼이 붙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엠블럼은 3차원 공간에서 속도와 방향이라는 요인이 추가된다. 3차원의 본체가 움직임이는데, 1차원인 엠블럼의 조형 안에서도 움직임이 생긴다면 어떨까? 움직임과 움직임의 충돌로 불안정하고 안착된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움직이는 자동차 위에 현대차 엠블럼 같은 동적인 이미지의 조형이 왠지 어색해 보이는 이유가 거기 있지 않을까.
이런 현상은 특히 엠블럼이 바퀴의 휠 정가운데 사용될 때 더 여실히 드러난다. 벤츠와 같은 대칭형 엠블럼과 현대차나 렉서스 같은 비대칭의 사선의 방향성이 있는 엠블럼을 비교해 보자. 차 브랜드 자체의 완성도와 디자인을 떠나 어떤 게 자동차 엠블럼으로 적합한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면 벤츠와 같은 대칭형의 조형성을 가진 폭스바겐, 아우디, 인피니트, 시트로엥 등의 엠블럼이 현대나 렉서스, 쉐보레 등 사선의 움직임이 있는 비대칭형 엠블럼보다 차량의 적용성, 활용도나 심미적 측면에서 유리하는 걸 알 수 있다. 자동차 엠블럼에 유난히 날개 형태의 엠블럼이 많은 것도 이런 대칭형 조형성을 구현하기 쉽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날개 형태는 기본적으로 좌우의 균형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하니까. 또한 날개라는 요소는 엠블럼의 조형 자체에 움직임을 주지않고도,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는 탁월한 장치가된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의 제품 브랜드 로고를 자동차에 붙여보면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하다. 비교하기 쉽게 대칭형의 몽블랑 마크와 비대칭인 나이키 로고를 자동차에 붙여 보자. 좌상향으로 치켜 올라가는 움직임이 있는 나이키 로고보다는 아무래도 시각적 무게 중심이 정중앙에 있는 몽블랑이 더 안정감 있게 보이지 않을까. 각가의 로고가 차 앞에 붙었다고 상상해보자. 나이키는 차도 엠블럼도 움직여 조금 산만한 반면, 몽블랑은 차는 움직이더라도 엠블럼은 차의 정중앙에서 무게를 딱 잡고 버티고 있는 모습이라 차체와의 일체감을 더 강화해준다 .
2021년 새해가 시작된 며칠 전 애플은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자동차 영역에 진출한다는 뉴스를 봤다. ‘애플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그림이다. 그렇다면 앞서 설명했던 대칭형 엠블럼이 자동차에 어울린다는 나의 주장은 애플카에는 어떻게 적용될까?
한 입 베어문 비대칭의 사과 로고는 자동차에도 어울릴까? 완벽한 대칭은 아니지만 좌우가 거의 대칭에 가깝고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있어 괜찮은 적용성을 가질 것 같다. 그렇다면 최근에 바뀐 KIA와 GM의 엠블럼은 어떨까? 문자 중심의 플랫한 이미지가 IT기반의 전기차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KIA엠블럼의 경우 완전한 대칭은 아니지만 알파벳 형태의 유사성을 최대한 반복하여 대칭형에 가까운 엠블럼을 만들어냈다. 기존 마크보다는 대칭형에 가까운 조형성 때문에 적용성이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다. GM은 대칭을 보완하기 위해 네모틀의 시각적 장치를 활용했지만, 자동차에 적용했을 때 굉장히 갸우뚱하고 균형감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엠블럼은 왜 대칭형이 유리하고 어울리는지에 대한 이유를 살펴봤다. 물론 움직임과 속도를 생각하면 이륜차나 비행기까지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단 사륜의 자동차로만 한정했다. 같은 움직이 있는 제품들이지만 바퀴의 갯수나 이동의 방법, 적용 위치, 노출 위치에 따라 더 많은 고려사항들이 생길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내가 전개한 논리와 주장이 자동차의 모든 브랜드에 해당되는 건 절대 아니다. 비대칭이 오히려 브랜드의 카리스마를 강하게 부가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롤스로이스나 람브르기니같은 브랜드들은 엠블럼의 형태가 전혀 대칭형이 아니지만, 그 브랜드들가 가진 분위기와 특유의 개성을 잘 드러낸다. 엠블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차 자체가 곧 강력한 아이덴티티이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차량의 어딘가에 붙는 엠블럼을 구상한다면,
앞 서 말한 좌우대칭의 안정감 있는 조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적용성과 심미성에 유리하지 않을까.
#매거진브랜디
#자동차엠블럼디자인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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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는 적용을 따른다]의 첫번째 시간에는 식품회사들의 로고가 왜 그런 형식을 취하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자동차 엠블럼 또한 적용성에 따라 엠블럼의 디자인에 영향을 준다는 걸 여러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분야의 주제로 이 '적용성'에 따른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 글 ⓒ B'talks 비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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