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르안에서 완전히 다른 노래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7음계 밖에 되지 않는 요소로 이렇게나 폭 넓게 표현할 수 있다니, 매번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최신곡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 다양해 보이는 음악들도 장르라는 틀로 묶어내면 비슷 비슷한 패턴이 있기 마련이어서 희미하게 들으면 어떤 곡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다. 이어폰 사이로 음악이 새어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베토벤과 모짜르트는 구분이 될까? BTS와 NCT의 멜로디는? 릴보이와 기리보이의 비트? 아마도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좋은 음질로 듣는다면 어떨까. 다시금 리듬과 박자, 멜로디 라인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음색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곡으로 들릴 것이다. 클래식, 발라드, 댄스, 힙합이라는 틀에 묶여 있을 때 엇비슷한 음악들이 개별로 들어보면 분위기도 느낌도 모두 달라질 것이다.
브랜딩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공공기관만의 분위기가 있고, 바이오기업만의 분위기가 있고, IT기업만의 분위기가 있고, 스타트업만의 느낌이 있다. 멀리서보면 딱 그 분야의 브랜드처럼 보인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름도 성격도 분위기도 겹치는 브랜드가 별로 없다.
같은 장르지만 다른 노래들처럼 들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거의 유사한 사업을 하지만 우리의 인식 속에서 절대 겹치는 일은 없을거다. 맥도날드와 버키킹과 롯데리아를 헷갈리는 사람이 있을까? 삼성과 LG를 비슷한 이미지로 보는 소비자가 있을까? 벤츠와 BMW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참 신기하다. 색과 형태만으로도 이렇게 다른 이미지의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이제는 더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빛깔로 창조된 브랜드들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자기 브랜드만의 빛깔을 드러내는 일은 갈수록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다.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들에서 매번 큰 도전의 감정과 동시에 흥미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마치 작곡가들이 장르의 틈새 안에서도 새롭고 독특한 곡의 분위기를 발견해 냈을 때의 희열처럼.
| 매거진 브렌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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