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면 금새 카피품들이 넘쳐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긴 시간 힘들 게 만든 상품의 아이디어를 아무렇지고 않게 베끼고 살짝만 바꿔 만들고 있을 염치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인 중에 친환경 목재로 강아지집을 만드는 분이 계신다. 시장 초반에는 네이버 쇼핑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카피품들이 넘쳐나 지금은 진품이 어떤 건지 모를 정도로 시장이 혼란에 빠져 버렸다. 다행이도 강아지집 단 하나의 히트 상품에 목메지 않고 친환경 목재를 활용한 용품들로 상품을 확장해 아이들 가구나 캠핑 용품들까지 만드는 토탈 가구 브랜드로 확장해 그 고비를 넘겼다. 한 상품이 카피품때문에 시장에서의 지위를 한 순간에 잃었을 때를 대비한 현명한 대안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에 신뢰가 쌓이고 우호적인 리뷰가 쌓이자 그것들이 모여 브랜드의 스토리가 됐고 덕분에 이제는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왔다. 상품으로써가 아니라 브랜드로써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최근 아마존 1위가 된 최고 히트상품인 ‘김치시즈닝’의 카피 제품들이 넘쳐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부터 염려했던 일이 너무나 빨리 터졌다는 생각이다. 처음 김치 시즈닝이라는 아이디어를 봤을 때, 와! 정말 이런 게 진짜 사업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 눈이 번쩍 뜨일 정도였다. 너무 좋아서 페이스북에 뉴스 링크를 걸고 응원했던 기억도 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거기다 실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누구나 금방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인데 막상 찾아보니 없는 상품. 나는 직감적으로 이 건 내 놓기만하면 대박 상품이 될거라 직감했다. 특히 한국 문화가 어느새 글로벌 메인스트림으로 올라가고 있는 최근 추세라면 외국인들에게 더욱 어필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기대감과 좋은 감정들과는 반대로 패키지디자인을 보고는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나는 사실 이 상품이 ‘김치’시즈닝으로만 끝날 것 같지 않았고’, 불고기’시즈닝, ‘된장’시즈닝, ‘전복’시즈닝 등으로 한국식 시즈닝 시리즈로 계속 이어질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김치시즈닝의 패키지디자인은 그런 상상력을 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김치시즈닝에만 딱 맞는 옷을 입을 느낌이랄까.
분야는 좀 다르지만 스타트업 중 연과점이라는 브랜드 운영을 보면 이와는 조금 다른 행보가 느껴졌다. 연과점의 대표 상품은 수제 카라멜이다. 워낙 제품 자체의 맛이 특별하고 전체적인 포장의 분위기도 근사해 한 번 경험하면 그 여운이 꽤나 오래가는 상품이다. 맛뿐만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과 포장의 경험까지, 수제 카라멜이라는 상품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연과점이라는 브랜드로 느껴진다. 앞으로 연과점에서서 어떤 간식이나 과자류를 만들더라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그 에 따른 디자인도 어떻게 확장되고 적용될지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과일 조림, 빵에 찍어 먹는 스프레드, 한과를 만들어도 어울릴 것 같고 카라멜 만큼의 퀄리티가 다른 상품을 통해서도 맛보게 될 것 같은 믿음을 준다.
그에 비해 김치시즈닝의 브랜딩은 아쉬움이 남는다. 상품 자체의 퀄리티와 이슈의 파괴력은 이미 검증된 되고도 남았지만, 포스트 김치시즈닝이 만들어갈 미래가 쉽게 그려지질 않는다. 서울시스터즈 안태양 대표가 놀면뭐하니에 나와 인터뷰 내용을 들으며 크게 공감했다. 김치시즈닝을 개발한 이유가 세계 어디에서도 간편하고 쉽게 한식을 접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싶었다는 말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치시즈닝은 그말에 백프로 부합하는 상품임에 틀림없다. 다만 그러한 서울시스터즈의 비전과 김치시즈닝의 발전해갈 모습들이 시각적인 장치들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전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그것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식품시장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이 생기는 듯하다. 관심과 애정 자체가 없었다면 이렇게나 긴글로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주도했던 한식 세계화에 수백억의 예산을 써도 못했던 걸 거의 일년만에 맨손으로 이뤄낸 그야말로 애국 사업가가 아닌가.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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