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업무차 종로에 갔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포스터를 봤습니다. 마침 종로와 가까운 인사동이라 업무를 끝내고 들려 보기로 했어요.
르네 마그리트는 워낙 유명한 화가라서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사실 어떤 풍의 그림을 그리는지,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미술학도로서 좀 창피한 일이긴합니다.
전시를 보자 너무나 익숙한 그림이 많았어요. 신사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그림하며(골콩드), 하얀 두건을 얼굴에 감은 남녀가 키스하는 작품이라든지(연인들2),담배 파이프와 문자가 있는 그림이라든지(이미지의 배반) 같은 그림 등등 너무나 많았습니다.
저 유명한 그림들을 마그리트 한사람이 모두 그려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정말 다양한 질감과 아이디어로 작품 하나 하나를 쉽게 건너 뛰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그런데 알고보니 제가 그런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마그리트의 경력 중간에는 요즘같으면 광고대행사를 차려 광고 포스터 작업도 함께 했더군요. 완전한 아티스트면서 대중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업미술 종사자이기도 한겁니다. 또한 단편 영화제작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고 하니 요즘으로 치면 영화감독이면서 광고디자인 디렉터이면서 화가였던 셈입니다. 한마디로 전방위적인 창조성을 가진 인간의 완성체 같은 사람이었던거죠.
그런 이력때문인지 표현의 양식에 중심이 있는 고흐같은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보다는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이 강한 작품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작이라고 '골콩드'라는 작품에 그러한 작가의 특이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는 전혀 존재할 수 없는 신선한 사건을 묘사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죠. 그래서인지 이 그림은 많은 광고에쓰이기도 했었구요. 여러 다양한 작품들이 재밌게 다가왔지만, 저는 특히나 그가 남긴 메시지에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나는 나의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라는 말이었는데요.
예술 작품의 권위와 기교를 보여주는 전달자가 아니라, 상호 소통을 통해 정서를 교감하고자 하는 마그리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문구였습니다. 결국 예술이라는 것도 감상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거잖아요.
사실 이번 전시에는 실제 마크리트의 작품들이 없습니다. 처음 모르고 갔던 저는 굉장히 실망했는데요. 전시의 마지막 장소에 들어서자 실제 작품을 넘어서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그런 아쉬움이 말끔히 사라지더군요.
마그리트의 작품이 마치 살아 움직이게 만들 공간이었습니다. 사방의 면들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는 영상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그러고 보니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영화에 남다는 애정이 있었다는 마그리트는 모든 작품을 그릴 때도 그걸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많은 작품들이 어떤 영화를 압축한 인상적 한 장면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걸 움직임이 있는 형태로 표현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조형미나 분위기보다는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그려냈을까라는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에는 별로 반응하지 않는데요. 르네마그리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감동의 지점들이 광장히 많았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표현하고 어떤 의도로 그런 장치를 만들었는지가 너무나 잘 느껴지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마그리트 작품들을 통해 창의성이란 현실의 너머를 보고 그 걸 그려내는 능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현실 너머를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끊임없이 상상하는 주체가 돼야겠죠.
마그리트의 의도대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생각'하는 재미가 정말 컸던 전시였습니다.
| 매거진 브렌디 ⓒ brandee.kr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기간 : 2020.04.29. (수) ~ 2020.09.13. (일)
| 장소 : 인사 센트럴 뮤지엄
| 요금 : 일반 : 15,000원, 청소년 : 13,000원, 어린이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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