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브랜드 토크' 비토크 첫번째 시간을 함께한 주인공은 문구 브랜드를 3년째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이셨습니다. 비톡스 신청 할 때 적어주신 고민의 지점에 대해 잠깐이지만 저도 생각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1시간 반이라는 대화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서로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꽤나 많은 디자이너들의 꿈 꾸는 것 중 하나가 자기가 만든 문구나 소품 브랜드를 런칭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한 때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쇼핑센터나 서점에 가면 자연스럽게 문구나 소품 코너로 눈이 돌아갑니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될 펜이나 노트 등을 잔뜩 사서 관상용으로 책상에 둘 때도 많습니다. 그렇게 포장도 뜯지 않은 문구용품들이 책상서랍에 몇년 째 있습니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시다가 문구 브랜드태동기에 런칭하셔서 크게 성공하신 선배가 있기도 해서 문구쪽 브랜드는 한동안 저도 꽤나 유심히 살펴왔던 영역이기도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번 토크가 꽤나 기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문구 브랜드들
최근에는 관심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눈에 띄는 문구 브랜드에는 관심이 가더군요. 최근에는 오롤리데이나 무직타이거같은 캐릭터를 활용한 문구들이 자주 눈에 띄었ㅂ니다. 캐릭터가 보여주는 강력한 스토리와 시각적 임팩트는 최근 문구나 굿즈 브랜드에 있어 유리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 브랜드의 소비층은 단순히 문구 상품을 산다는 느낌보다는 그 캐릭터의 매력과 성격 그리고 성장 과정을 구입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직타이거가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을 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무직타이거의 스토리를 보고 참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뚱랑이라는 딩굴 거리는 퇴사자 호랑이가 느끼는 감정과 이야기가 참 실제 같았습니다. 그 게 틀리지 않은 게 이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은 대기업을 퇴사한 두 부부 디자이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롤리데이도 디자이너 출신이 만든 브랜드네요. 디자이너나 기획력이 있는 창업자가 아무래도 문구라는 감성을 팔아야하는 영역에서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는 앞으로 영상이나 NFT등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사업적 확장성이 좋은 테마이기도하죠. 그런 상황까지 확대되면 이게 문구 브랜드로 론칭했는지 캐릭터 브랜드인지 론칭을 했는지 구분이 어려울 듯합니다. 고객들에게 다가가기에도 좋고 사업 확장성도 뛰어난 캐릭터 문구가 대세가 되는데는 이런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합니다.
문구 전체 시장을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최근에 제가 인상 깊게 봐 온 브랜딩 잘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해 말씀드리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로 인식되고 싶다
대화를 나눈 비토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브랜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3년차까지는 초기부터 이슈가 될만한 제품으로 지금까지 선방하고 있었는데요. 브랜딩에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신경을 쓰지 못하다보니 남은 건 제품뿐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로 남고 싶은데 그게 없는 것 같다고 말이죠. 고객들의 인식 속에 '제품이 잘 팔리는 것'과 '이건 브랜드다'라고 느껴지는 건 사실 다른 차원의 문제이긴 합니다.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말이죠. 그러기가 어디 쉽나요. 괜찮고 멋진 브랜드라고 느껴져 제품을 써봤는데 품질과 경험이 별로인 경우도 있는 반면에 제품의 기능과 품질은 정말 끝내주는데 브랜드로 느껴지지 않아 덜 가치있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는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참 오랜 실행이 차곡 차곡 쌓이고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브랜딩은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 멀리 보고 꾸준히 실행해가는 것의 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일상 속에서 우리제품을 통해 영감을 주고 싶다
그러면서 비토커는 최근 시간을 내서 고민을 하시면서 브랜드의 방향성을 잡은 게 있다고 하셨습니다. '일상에 영감을 주는 문구 브랜드를 만들자'라는 비전입니다. 일상 속에서 영감을 찾고 싶을 때 생각나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더욱 원초적으로 '영감'에 대해 더 자세하게 규정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좋은 영감'을 주는 브랜드는 사실 너무 광범위하죠. 어떤 브랜드라도 '좋은 영감'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감을 얻는 건 왜 좋은 걸까요? 영감을 얻어서 어떤 실제적인 이득이 있을까요? 나이키의 영감이 있을 수 있고, 애플의 영감이 있을 수 있고, 스타벅스가 제공하고자하는 영감이 있을 것입니다. 그 영감의 정체를 더 깊이 파고 들어 우리만의 영감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그 영감이 고객들에게 어떻게 좋은 작용을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잡아보는 방법으로 이미지 보드를 만들어 보는 걸 추천드렸습니다. 텍스트로 규정하기 너무 어렵다면 고객이 느낄 영감의 그림들을 그려보는 거죠. 사진도 좋고 그래픽도 좋고 타이포그라피도 좋습니다. 우리만의 영감에 맞는 재료들을 찾아 모아보면 우리만의 어떤 분위기가 나올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 한번에 정답을 찾기 보다는 계속 추가하고 빼가면서 이 이미지 보드를 더욱 정교하게 완성해갈수록 우리가 추구하는 영감의 실체가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방법을 설명드렸습니다.
문구라는 도구의 본질이 ‘영감을 주는 도구’여야 한다는 생각에 저 또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쓰고 기록하고 그리는 문구는 문득 떠오르는 영감, 좋은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도구들입니다. 디자인이 좋은 문구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영감을 주기도합니다. 영감과 상상력, 좋은 생각을 위한 도구가 바로 대화를 나눈 비토커가 생각하는 문구의 개념이었습니다.
우리가 설정한 브랜드의 비전과 가치들이 제품으로 연결이 안됩니다
한동안 심도있게 고민했던 브랜드 기획서를 보여주셨습니다. 지금 브랜드의 개념과 추구하는 가치들이 잘 담겨있는 기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품으로 어떻게 연결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저 또한 많이 경험해봤습니다. 브랜드의 가치들은 멋드러지게 해 놓고선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와는 별로 연관없이 만들어집니다. 브랜드 구축을 하기 위해 기본적인 브랜드의 가치 체계를 잡기는 하지만 이러한 무형의 가치들이 유형의 제품들로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마도 시작하는 모든 브랜드의 고민일 것입니다.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죠. 디자인의 잘 만들어진 기획이 실제 결과물로 어떻게 구현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기획과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쉽지 않습니다. 기획의 논리적이고 이성적 측면이 디자인이라는 감각적 감성적 측면과의 충돌 때문이겠죠.
이런 고민들을 해결할 아이디어들을 몇가지 제안드렸습니다. 물론 대화 도중에 나온 생각들이라 완벽하진 않습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 브랜드를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차원에서 드린 의견입니다.
회사의 넥스트가 될 제품을 만드세요. 새로운 테마를 잡으세요. 그게 곧 바로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비토커가 운영하시는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한가지 테마의 제품이 너무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당장 보기에는 좋은데, 이 느낌이 지속적으로 호감으로 연결될지는 의문이었습니다. 같은 개념으로 새로운 테마가 나오거나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보이는 제품이 곧 브랜드입니다. 제품의 퀄리티와 사용성이 곧 브랜드죠. 그러면서 자동차 브랜드의 예시를 들어 설명드렸습니다. 개성있는 BMW의 휠로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듯이 제품 자체의 연계성과 아이덴티티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그런 차원으로 지속적이고 확장될만한 테마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나의 그래픽 스타일 정도로만 여겨졌죠. 이런 스타일의 테마가 시리즈로 나온다면 지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생각해볼만한 아이디어를 드렸습니다.
✔️ 포지셔닝의 미세 조정
그냥 문구 브랜드가 아니라 > (디지털 라이프를 위한) 문구 브랜드라면 어떨까? 지금 가장 매출이 높은 아이패드 케이스등을 메인 제품으로 내세워 고객 인식 속에 디지털 기기와 하는 일상에서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전달했습니다.
✔️ 소재의 통일감을 통한 아이덴티티
제품들 중 볼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케이스, 컵, 필통 등등의 아이템을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로 통일화하는 전략입니다. 어떤 질감과 소재감의 통일성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 브랜드가 문구에서 종합 리빙 브랜드로 확대된다면 그릇이나 의자 등도 플라스틱만을 사용하는 브랜드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 매력을 통해 수집하는 브랜드, 팬이되는 브랜드 VS 탁월한 기능과 사용성으로 충성 구매을 유도하는 브랜드
문구 브랜드의 특성상 취향과 감성이 구매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상황이니 너도 나도 감성 코드를 맞추기 위한 전쟁에 뛰어 듭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오히려 기본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오래 쓸수 있는 실용성과 사용성이 극도로 뛰어난 제품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번째 비토크를 마치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롭고 재밌는 대화였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겪고 있는 비토커의 생생한 현장의 고민을 듣는 게 어떤 책을 읽는 것보다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고민들에 저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 영감을 나누고 도움을 주겠다 비토크의 취지가 잘 드러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다음 번 비톡스 때 다시 리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콘텐츠는 함께 대화를 나눴던 비토커의 동의를 얻어 발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비토커의 웹사이트 링크가 있습니다. 한번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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