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종이와 화면에 새기는 행위다.
머리 속 뿌옇던 생각들을 글자라는 실체로 내보이는 일이다. 그렇게 가시화된 생각은 좋은지 나쁜지 괜찮은지 별로인지판단하기 더 쉬워진다. 생각이 머리에만 머물 땐 할 수 없었던 생각의 퇴고가 가능한 것이다. 한번 정리된 생각은 다시 머리 속에 넣어도 잘 흩어지지 않는다. 그런식으로 정리된 생각이 쌓이고 쌓이면 그 게 자신만의 콘텐츠 되지 않을까.
나는 이 과정이 글쓰기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 아닐까 한다. 머리 속에 막연하게 있는 생각의 덩어리들이 선명한 문자로 새겨지는 것. 문자라는 실체로 구현되는 것. 눈에 보이는 생각을 확인하면서 더 완벽하게 다듬을 수 있는 것.
이렇게 간단하고 유용한 생각 훈련 도구가 세상에 또 있을까? 일기를 쓸 때도 기획을 할 때도 디자인을 할 때도 안부를 물을 때도 소식을 전할 때도 글을 쓰면 간편하고 빠르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예전에는 종이와 잉크가 있어야 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과 손가락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다. 그것마저 없다면 머리 속에 문장을 새겨 놓고 나중에 다시 옮겨낼 수도 있다. 유시민 작가가 옥중에서 항소이유서를 원고지 100장 정도의 내용을 머리 속에 담았다가 써 내려갔다는 일화는 너무 유명하다. 그 정도까진 못해도 연습하면 한두장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닐까.
글쓰기로 내 모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분명 한계는 있다. 하지만 소통의 수단 중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그리고 전체 흐름이 보이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 글이라는 도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도구든 쓸수록 더 잘 다루게 된다. 더 많은 쓰임새를 익히고 발견하게 된다. 글쓰기는 한글을 알고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도구를 안 쓰고 버려두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 계속 연마하다 언젠가 이 도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날이 오면 지금의 생각보다 더 정교하고 멋진 형태를 갖춘 생각 조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글쓰기 근육을 단련한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화면에 생각을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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