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신호등에 섰는데 유모차 안에서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예전같으면 신경쓰지도 않고 그냥 외면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간다. 부모가 된 지금은 유모차 안의 세계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하나 사려고 했더니 자전거의 세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전까지 몰랐다. 인도 위에 이렇게나 많은 자전거 거치대가 있었는지를. 더구나 타는 사람도 이렇게 많은지는 더더욱 몰랐다. 자건거라는 세계를 살피는 계기가 됐다.
흰색 스니커즈를 살려고 보니 사람들의 발밑 세계가 눈에 들어 온다. 이 전에 걷고 보던 거리가 아니다. 별 차이도 안나는 그저 하얀 운동화일뿐인데 찾아보면 브랜드의 종류도 가격도 참 다양하다. 천연인지 합성가죽인지, 디테일과 착화감의 차이도 크다. 이 전에는 체감하지 못한 세계다.
우리는 세상이 보여주는 그대로가 아니라 각자의 관점으로 편집된 세상을 본다. 관심사나 관점이 변할 때마다 그 때 그 때 자신이 편집한 세계의 영상을 보며 살아간다. 각자의 프레임과 필터가 존재하는 것이다.
모두 같은 곳에 있더라도 다른 걸 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게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저들도 모두 나 같다는 생각이 들면 묘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저 들도 모두 똑같이 한 곳에 치우친 렌즈를 착용하고 살아가는 거니까. 대통령이든 어린이든 나같은 평범한 시민이든 마찬가지다.
관점 앞에서는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니까.
여하튼 우리가 세상을 제 멋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수만큼의 세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의 관점과 생각을 바꾸면 언제라도 단번에 다른 세상을 보여 주기까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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