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내가 하지 않는다고
내가 쓰지 않는다고
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나는
그 시장이 그렇게나
어마어마한 곳인지 최근에야 비로소 알았다.
어렸을 때 빼고는 만화를 거의 본적 없는데,
카카오페이지라는 웹툰 플랫폼이
80여개의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성장세가
높다는 뉴스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아니, 도대체 왜?
결혼 전에는 스드메*라는 시장이
청담동 일대에 거미줄처럼 연결됐다는 걸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독서 매니아층이 많은 알라딘에서 굿즈가
그렇게나 많이 팔려나가는 줄은 전혀 몰랐다.
해외주식과 비트코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여성들이 옷보다 화장품 쇼핑 횟수와 구매율이
훨씬 높을 거라는 지인 여성분의 말을 듣고
머리를 세게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옷일거라 생각했으니까.
작년 딱 이맘 때 쯤. 급하게 출력 할 일이 생겨
수년만에 피씨방을 갔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집 바로 앞 지하에 그런 세계가 펼쳐져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흡사 영화기생충에 나오는 지하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100여평 정도되는 자리는 거의 꽉차 있었고, 편의점같은 규모의 매대가 파티션처럼 쭉 늘어서 있었다. 피씨 장비들은 네온 사인처럼 알록달록한 불빛을 뿜어내며 마치 우주항공 모함에 온 듯한 묘한 기분이들었다. 집에서 불과 수백미터에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아,,,,여태 나는 내가 보는 세상에서만 살고 있었구나,,,’
신선한 자극이 됐다.
앞으로 다시 그 곳을 찾을 일은 없겠지만,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세계와 시장이
세상 구석구석 촘촘히 박혀있을거라는
생각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그 시장도 문을 열어 나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보여줄거니까.
#매거진브랜디
#보이지않는시장 #보이지않는세계
*스드메 ;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컵을
묶어 이르는 업계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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