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가다가
건물 사이 사이 마치 치아처럼 촘촘히 박힌
치과병원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치과만큼은 아니지만 척추관절 분야의 병원들도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이 인류를 만들 때 치아와 뼈를
무려 백세까지나 살아도 문제없게 셋팅하진 않았을 것이다.
쓸수록 닳고 망가질 일도 많은 부분이니
당연히 병원을 자주 찾게 될 것이다.
치아와 뼈는 우리 몸의 영구 부속품이 아니라 소모품이니까.
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한 건물에서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박힌 치과와 정형외과들을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의료 시스템과 서비스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만큼 우수한 인재들도 더 많이 몰리게 됐고, 원래 좋았던 직업적 위상도 점점 더 올라갔다. 아마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 중 최고가를 갱신할 날이 머지 않아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2020년, 올해는 2년새 13만이 줄어든 수험생에도 불구하고 의대 지원률만은 굉장히 뜨거웠다고 한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인문계열과는 달리, 자연계열인 이과, 특히 의과대의 인기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것같다.
그렇다면 자연계도 인문계도 아닌 어중간한 예체능계열(사실 디자인이 예체능인가?는 무척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은 어찌될까? 그 안에서도 디자인 전공자들은 어찌될까?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들도 가운만 걸치지 않았지 의사와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브랜드들의 디자인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디자인 주치의기 때문이다. 심각할 땐 디자인 심폐소생술까지 써가며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살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진 사회적으로 의사 정도의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러기는 커녕 기본적인 존중과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게 직면한 현실이다.
하지만 점점 달라져가지 않을까. 디자이너들이 의사들만큼 인정받는 시대, 의대 진학률만큼 디자인대학 경쟁률이 올라가는 날이 반드시 오지 않을까. 브랜딩과 디자인이 기업과 브랜드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나 에어비앤비같은 디자이너들이 설립한 기업의 성공 사례를 보며 디자이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이 기업의 활동에서 고객과의 접점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 주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러한 인식의 저변이 확대되고 디자이너들의 요긴한 쓰임이 늘어난다면 '의사 선생님들'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찌보면 우리도 기업과 브랜드의 생명을 다루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사람들이니까. 물론 그 걸 증명할만한 '선생'같은 실력을 갖춰야겠지만 말이다.
#매거진브랜디 #기승전디자인
#디자인주치의 #브랜드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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