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1692㎡ 규모로 오픈하면서, 새롭게 리뉴얼한 브랜드 로고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공간으로 경험하다'는 슬로건을 결합해 리바트가 지향하는 가치를 더욱 선명히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위의 이미지가 새롭게 바뀐 로고 디자인이고, 아래 이미지가 리뉴얼 이전의 모습인데요. 리뉴얼 전의 로고는 개인적으로 국내 브랜드 디자인 로고들 중에서도 참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입니다. 볼 때마다 새롭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가로, 세로획의 굵기 대비가 있는 글자는 속공간의 화이트 스페이스가 넓어져서 좀 더 가볍고 경쾌해집니다. 보통 이러한 굵기 대비는 명조계열의 특징이죠. 리바트의 리뉴얼 전 로고는 명조의 특징인 삐침의 장식성을 걷어내고 현대적인 고딕의 이미지로 변형한 디자인입니다.
모서리 부분의 미세한 곡선들은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전달합니다. 글자 사이의 간격과 공간 배분에 있어서도 적절한 균형감이 조화로운 디자인입니다.
로고의 좌우를 감싸고 있는 L'과 'T'는 캡(Cap)형식의 표기법을 차용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문자 표기는 전통적인 느낌과 함께 격식과 품위를 표현하죠. 대문자로만 표기했을 때의 일률적이고 딱딱한 직선의 틀이 문자 높이 변화로 인해 리듬감이 생겼습니다. 조형적 측면에서 공부할 게 참 많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자로된 로고 중에 이렇게 개성있는 스타일도 있으면서 완성도도 높은 디자인은 흔치 않습니다.
그럼 이제 리뉴얼된 로고를 살펴볼까요? 기본적인 인상은 하위브랜드를 묶어낼만한 무게감과 힘을 지녔습니다. 이전 로고보다 더 두께감이 생기고 위 아래의 베이스라인에 벗어나지 않고 점잖히 놓여 있습니다. 다만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의 라운드값은 좀 억지스러 보이네요.
최초의 로고부터 리뉴얼한 로고까지 전체를 놓고 보니 그렇게 디자인한 의도가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라운드를 빼버리면 최초의 고딕 문자와 너무 유사해보이네요. 열심히 리뉴얼했는데 아래 보더라인의 그래픽만 걷어내고 색상만 바꿨다는 말을 듣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제가 그 상황에 닥쳤다고 해도 엄청나게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뭔가 다르고 개성을 주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결국 글자가 끝나는 부분을 라운드 처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글자 뼈대의 균형감은 좋은데 'R'의 속 공간이 너무 좁아 답답해 보입니다. 다른 알파벳과의 크기에 비해서도 조금 왜소해보입니다.
A 가운데의 크로스바를 생략한 것처럼, R의 가운데 라인을 생략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일체감을 주는데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합니다.
더 보완은 해야겠지만 대략적인 느낌으로 아래처럼 수정해봤습니다. 어떤신가요? R자만 동동 떠서 이질감이 있었는데, 좀 나아보이지 않으시나요? 판단은 여러분들께 맡기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리바트 브랜드의 역사를 역사를 살펴보니 꽤나 오래서 놀랐습니다. 1981년 현대종합목재산업 으로 현대그룹에 속해있던 리바트는 1998년 현대리바트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1999년부터 독자경영에 들어갑니다. 2011년 12월에는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최대주주 변경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뿌리가 거의 40년이 되는 브랜드라니 정말 놀랍네요.
최대 경쟁사인 한샘이 1970년에, 퍼시스가 1983년에 설립된 걸 보니 가구회사의 노하우란 단번에 쌓기 힘든 분야라는 생각이듭니다.
이렇게나 오랜기간 사랑받고 유지되어 온 브랜드가 작년부터 큰 변화를 가져온 이유는 결국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대한 적응때문이겠죠. 현대리바트의 온라인 매출은 작년 처음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섰고,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현대리바트 온라인사업 부문 누적 매출은 1100억원을 상회한다. 회사 측은 올해 온라인 사업 매출이 2018년 보다 10% 증가한 1200억원에 이르고, 매년 10% 이상 성장해 2024년 2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 더 중심을 둔 하위 브랜드 체계와 브랜드 로고 디자인의 변화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기존에 있는 '이즈마인'이라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는 '리바트'라는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통합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분명히 통합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잘 구축됐다는 생각이듭니다.
하지만 여전한 고민은 '리바트' 앞에 '현대'라는 수식을 떼고도 어떻게 자체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져갈 수 있을까일 것 같습니다. 현대백화점이라는 모기업의 고급 이미지를 벗어나 어떻게 독자적인 리바트만의 이미지를 구축할지. 고객들의 인식 속에 어떻게 남을 것인지가 앞으로 리바트가 풀어가야할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매거진 브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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