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브랜드를 백개 디자인 하는 것보다
유명한 브랜드를 한개 디자인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혼신을 다해 백개를 만들어도
알아주는 사람은 백명의 의뢰인 정도니까요.
티비에 나오는 유명한 브랜드를 하나 작업하면
몇만명이 한번에 알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아닐 때가 많으니 이런 생각만 하다 보면 프로젝트를
진행 하다가도 어깨가 축 내려오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건 없습니다.
그런 경험이 언제가 찾아 올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일 수 있으니까요.
아니 무명의 디자인 작업물들이 쌓여갈수록
유명 브랜드를 디자인 할 수 있는 확률은
미세하게라도 올라갈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유명 브랜드를 디자인 했다는 자부심도
화려했던 포트폴리오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낡은 것이 됩니다.
예술 작품이 아닌 이상 디자인 결과물이
스테디셀러가 되는 건 극히 드문일이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하지 못한다고 성낼 게 아니라
무명의 브랜드를 제대로 디자인해서
유명하게 만들어 내는 게
더 빠른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디자이너로써 가장 보람된 일이기도 하구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 유명한 브랜드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짜고 연구하다보면
무명의 브랜드가 언제가 유명해지고
성공해서 돌아와 우리 품에 한가득 선물을
줄지도 모를 일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전단지 하나를 디자인하더라도
광고판에 로고 위치만 잘 잡으면 되는 디자인을 하더라도
이 놈들 중 나중에 분명히 유명해져 이 무명의 디자이너를 유명하게 만들어 줄거라는 기대를 품고 디자인을 한다면
그 지겨운 누끼 작업도 시큰하게 아픈 손목도 침침한 눈도
굽은 어깨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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