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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브랜딩 브릭

리더가 만들어가는 브랜드

by BRIKER 2021. 2. 1.

브랜딩 서비스를 하면 할수록, 서비스 제공자인 우리보다 당사자인 브랜드의 리더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든다. 우리는 그저 그들이 가진 철학과 비전의 언어를 고객들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역할이면 충분한 게 아닐까. 다만 우리도 최고의 번역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같은 책이라도 번역의 수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책이 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충실한 이해를 넘어 충분한 전달력까지 갖춰야 할 것이다.

종종 이런 경우가 있다. '어떻게 내 머리 속 생각을 그렇게 잘 알아요?' 마치 자신이 생각했던 걸 눈 앞에 구현해낸 것 같다며 동공이 확장됐던 CEO 몇 분을 뵌 적이 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써 놓은 것 같다는 분, 최고의 영화 예고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는 분도 계셨다.

사실 이런 게 가능했던 건 나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번역가로써의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들이 했던 말들을 기사에서 읽고, 만나서 얘기해보고, 그렇다면 그들이 다른 사안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를 상상하면서 정리하다 보니 그분들이 생각하기에 독심술이라도 쓴 것 같은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을까. 실은 본인들께서 정답에 가까운 힌트를 이미 주셨고 그걸 모아서 이해하기 쉽고 보기 좋게 가공했을 뿐 대단한 디자인이나 비주얼로 꾸며낸 건 아니었다.

모든 리더들이 자신만의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 단지 돈 벌려고 사업한다는 분도 있겠지만 정말 소수다. 그런 말을 하는 분들 조차도 따져 묻다보면,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나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걸 귀기울여 듣고 집요하게 끄집어 내는 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아닐까 싶다.

물론 리더가 비전도 없고 철학도 없고 생각도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없으면 그것들까지 셋팅해 줄 수는 있어야 하는 게 브랜딩 회사의 역할이겠지만, 그런식으로 대필된 브랜드는 외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진다. 리더라는 심지아 빠진 브랜딩으로 과연 브랜드의 미래를 그려낼 수 있을까. 그만큼 브랜딩에 있어 리더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리더에서 시작해 리더로 끝난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리더가 브랜딩을 잘 이해하고 차곡차곡 쌓아올린 브랜딩 자산은 오랜 세월이 지나, 리더들이 사라졌다하더라도 그 정서적 유산은 계속 남아 이어진다. 오랜 세월 살아남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그 걸 증명하고 있다. 그 브랜드들 모두가 위대한 리더들을 가졌거나 가지고 있는 건 분명 우연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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