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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씽킹 브릭

재택근무의 일상화 일년

by BRIKER 2021. 3. 3.

작년 딱 이맘 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 난생 처음 재택 근무란 걸 해봤다. 집중도 안되고 일할 분위기도 안 잡혀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건 일상에서 일터로 가는 이동 시간이 너무 짧다는 거였다. 출근길에 단 몇십분이라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일상과 일터를 나누는 완충지대가 고작 소파와 책상까지의 거리라니.

이 건 마치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차였던 내가 한 순간에 전기차가 된 기분이랄까. 적당한 소음으로 시동이 걸리고, 엔진의 거친 펌프질이 시작돼야 나아가던 몸과 머리를 전선만 꽂아 충전하면 바로 치고 나아가야하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일년에 지난 지금은 어떨까? 그때보단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상과 일터가 분리돼지 않는 건 불편하다. 몇 십년을 그렇게 해 온 직장 생활자가 그 리듬을 깨기는 정말 쉽지가 않다. 몸보다는 의식의 혼란 때문에 더 힘든 것 같다. 일은 일터에서 하고, 쉬는 건 집에서 한다는 인식이 머리 속 깊이 심어져 있었는데, 그 게 마구 뒤섞이니 생각보다 불안하고 적응이 안됐다. 오랜 습관을 바꾸기에 일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다만 한가지 소득이 있다면, 미팅이나 회의가 꼭 대면이 아니더라도 화상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어떤 경우에는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밀착화된 만남은 연인관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면 하지 않았다고 소통이 안되거나 이해가 덜되고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몇 번의 기획 보고와 제안도, 커뮤니티에서의 일대일 만남도, 아이의 졸업식까지도 화상으로 진행했었는데 생각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신체가 떨어져 있어서 생겨나는 약간의 정서적 거리감은 서로 만나게 위해 그만큼의 거리를 이동해야하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낮은 비용이었다.

하긴 그 거리감이란 것도 횟수가 좀 더 늘어나면 금방 극복이 가능할 것 같다. 칠년만에야 만난 친구는 하루에도 몇번씩 SNS에서 마주치다보니, 엇그제 본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온라인 상의 거리가 만나지 못한 시간의 간격을 메꾸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화상정도지만 가상현실로 미팅과 회의가 가능한 시기가 온다면 우리의 일상은 또 얼마나 변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