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포근해진 날씨가 마치 봄날같은 하루였다. 문득 봄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그냥 혼자 생각에 다양한 색깔의 꽃도 피고 새싹도 돋으니 '볼' 게 많아서 '봄'이라 붙였을까? 엉뚱한 상상을 하며 검색을 했는데 정말 뜻밖의 답이 보였다.
이런 내용이다.
원래 봄은 갈수기 철의 가을(갈),
여름은 큰(巨)비가 내리고 더운 철이라 겨울,
가을은 살(肥)이 오름(천고마비), 비오름을 줄여서 봄,
겨울은 이슬이 얼음이라서 여름이라는 국립국어원의 답변이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과는 정반대되는 거라며 재차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눈이 번쩍 뜨일만큼 놀라운 설명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실은 가을, 겨울, 봄,여름이었다니. 천동설을 찰떡같이 믿고 있던 지동설이 맞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느낌이랄까.
30년 동안 아버지를 O형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은 A형이시라는 걸 이제야 알고나자 그 동안의 품었던 아버지에 대한 의문들이 조금씩 풀렸던 개인적 경험도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추운 겨울의 이름은 여름이 더 겨울답다고 느껴진다. 얼음이라는 발음과도 바로 연결된다. 그런데 여름 빼고는 머리 속이 참 복잡해진다.
이미 내 머리 속에는 봄하면 벚꽃이, 여름하면 태양과 바다가, 가을하면 단풍과 은행이, 겨울하면 눈이라는 이미지로 완전히 굳어 있는데, 가을에 벚꽃이, 겨울에 태양과 바다가, 봄에 단풍와 은행이, 여름에 눈을 떠올리자니 머리 속이 완전 혼돈의 상황이 되버린다.
물론 이 이론은 국립국어원의 말대로 정설이 된 건 아니고 이미 수백년 동안 써 온 순서가 바뀔 일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데 도움을 주는 좋은 정보였다.
단단하게 굳어진 관념을 깨트리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관념이 어떤 이미지와 함께 머리 속에 저장됐을 땐 뒤집히기가 훨씬 더 어렵다. 이 두가지 생각을 하며 지금 당장 여름이 눈내리는 계절이다라고 당장 바꾸자고 한다면 ? 봄은 낙엽이 지고 단풍이 붉게 물드는 계절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봄은 역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뉴스를 본다면 또 어떨까?
황당하겠지만 이런식으로 기존의 개념을 바꿔 불러보고 생각해 보는 방법이 굳어 있던 머리 속 관념들을 깨주는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싶었다.
혹한의 여름이 지나고 있다. 오늘 공기에서
꽃비가 내리는 가을이 가까이 왔음이 느껴진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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