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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디자인 브릭

감각, 감성 그리고 디자인

by BRIKER 2021. 5. 28.

'느낌을 전합니다’  

결국 디자인을 하는 일이란 ‘느낌’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의 감성적 요인을 연구하고, 그것들을 감각적인 요소들로 표현해내야 하니까요. 당연히 사람들의 행동과 마음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하고 해석해내야 하죠. 그 걸 또 표현해내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해야합니다. 그러다가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실체 없는 ‘느낌’을 발견하고, 표현하고 완성해 냈을 때의 기쁨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느낌의 각을 맞춰 설정하고, 느낌의 성을 축조하고 완성해 가는 일. 이 게 디자이너라는 감성 건축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느낌이 딱 오네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이 정체 모를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뭘 먹을 때도, 뭘 들을 때도, 뭘 입을 때도, 누굴 만날 때도요. ‘아, 이 느낌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면 성에 차지 않았죠. 그러다가 느낌의 핀트가 딱 맞는 절정의 순간을 만나면 정말 짜릿했습니다. 아마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에 발을 조금이라도 걸치고 계신 분들이나 관심이 있으신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겁니다. 그분들 대부분이 어떤 느낌을 끊임없이 찾아 방랑하는 사람들같습니다. 그러다가 ‘아, 맞아 이 느낌이야 내가 생각한 게’라는 순간이나 ’ 아, 이 느낌을 아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느낌이 안와요’

결혼 전 계속된 소개팅과 만남으로 혼란의 시기를 보낼 때, '어떠냐'는 어머니의 말씀에 제가 매번 드렸던 답입니다. 그러면 또 항상 하시는 말씀이 ‘느낌이 밥 먹여주냐?’였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느낌이 안오면 단 한발짝도 나아가기가 어려운 걸요. 평생 그걸 보셨으니 이제는 아마 저를 이해하셨을 겁니다 . 처음 아내의 인사를 받으신 날 그러셨겠죠. ‘아, 이 애가 그 느낌이란 게 온 애구나’라고요.

‘느낌만으로 부족해’

나이가 들수록 이런 야성의 느낌들이 점점 퇴화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당연히 십대 이십대만큼의 생생하고 생글거리는 감각은 무뎌지겠죠. 그런데 신기한 건 그걸 채워줄만한 것들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느낌을 설명할 수 있는 시각과 논리들이 생겨난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느낌도 잘 분석해보면 설명할 수 있게 되더러구요. 이런 기술은 더 다양한 느낌들을 보이게 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그렇게 쌓인 경험이라는 자산을 무시 못하겠더라구요. 느낌이란 결국 경험의 일부이니기도 하니까요.

‘느낌을 살리기 위한 노력’

느낌이라는 게 자연 발생적으로 내 몸안에서 자연스럽게 솟아 날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머리 속에 담겨 있던 지식과 생각들이 결합해 느낌에 영향을 줄 때도 많습니다. 느낌과 본능으로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입니다. 감각의 시점으로만 보던 게 이성적 관점에서 보이기 시작하면 느낌의 영역이 더욱 확장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느낌의 촉수들이 점점 닳아 없어지더라도, 이성의 촉수들로 그걸 채워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의식적으로 내가 가진 감성과 감각의 촉수를 방치하다보면 분명 무디게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멈추지 않고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 감각 훈련의 롤모델은 배철수 아저씨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의 음악을 듣고 느끼고 소개하는 분이죠.  머리색은 백발이 됐지만, 여전히 생각과 감각만큼은 아직 청년이라는 생각들이 들때가 많습니다.

아저씨께서는 분명 제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설명한 '느낌’에 대해서 아마 아주 잘 아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거진브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