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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디자인 브릭27

왜 나는 내용을 추구한다면서, 형식에 자꾸 끌릴까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면 자세가 달라진다. 왠지 더 잘 써야할 것 같고 더 멋있게 써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작가라고 붙여 준 이름에 걸맞는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도 생긴다. 사실 한명의 블로거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블로그나 SNS의 창에서 글을 쓰는 느낌과 브런치 창에서 글을 쓰는 느낌은 다르다. 마치 은은한 햇살이 비치는 책상 위에 원고지를 펼치고 작품을 쓰고 있는 소설가가 되는 기분을 준달까. 이 점은 분명 다른 블로그와는 다른 감각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실제 내용과 개념은 타 블로그와 다를 게 없는데 말이다. 어떤 차이가 그런 느낌으로 이어질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화이트 공간에 많은 여백과 깔끔한 타이포그라피, 다른 블로그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레이아웃 등의.. 2021. 3. 7.
아이디어가 막힐 때의 처방전 '디자인이 막히거나 새로운 생각이 고갈됐을 때 어떻게 그 벽을 넘어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답답한 상황은 뭔가를 창작해 내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일거라 생각한다. 그 어려움이 어떤 경우는 도전의 연료가되어 더 나은 결과를 가져가기도 하고, 감당이 안돼서 심신이 너덜너덜해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고민을 꽤 많이 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 게 딱히 특별한 해결책이거나 나만의 방법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내가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 해드렸다. 그 때의 대답을 떠올리며 글로 적어 본다. ‘ 저는 벽이라고 느껴 본 적은 없습니다. 단단한 벽이라기 보다는 실타래가 일부분 꼬여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언젠가는 풀릴거지만,.. 2021. 3. 6.
멋진 표현보다 탁월한 발상으로 디자인을 시작한 순간부터 ‘표현’이란 내가 넘어 서야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다. 디자인은 컨셉도 중요하지만,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도 제대로 표현이 안된 작업물에는 눈길을 잘 주지 않았다. 사회에서의 업무에 있어서도 디자이너에게 주로 요구되는 재능은 주로 ‘표현’의 독창성일 때가 많았다. 그 게 안되면 설득이 잘 안됐다. 나만의 표현을 찾고 개발해야 하는 건 디자이너라면 아주 기본적인 필수 교양같은 거였지만, 실은 시간과 체력을 요구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표현'에만 집착하다보면 금방 바닥이 드러났다. 하나의 표현을 정복하면 또 새로운 표현이 나타났다. 매체의 변화와 시대의 트랜드에 따라 그 주기는 점점 빨라졌다. 그러다가 .. 2021. 2. 24.
인스타에 가장 적합한 이미지 비율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1:1를 염두해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1:1 비율이란 게 왠만한 감각이 아니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쉽지않은 비율이다. 보통 황금비율이라 불리는 6:4 정도의 비율만되도 대충 가져다 놓으며 좋을 사진이미지가 1:1에서는 너무 극단적으로 잘기거나, 예쁘지 않게 잘려나가 내내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1:1이나 4:5의 비율로 올렸을 때가 스마트폰 화면의 비율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도달율이나 관심도가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스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때 그 때 적합한 비율로 올리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아닐까. 1:1과 4:5의 비율을 메인으로 하되, 3:2, 16:9의 비율을 서브로 사용하면 어떨까. 특히 파.. 2021. 1. 29.
노 스타일 디자이너 신입 디자이너로 취업 준비 할 때, 포트폴리오 컨셉이 ‘노스타일 디자이너’였다. 고정된 스타일이 있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카멜레온같은 디자이너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다. 다행이 그 생각이 면접관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갔는지, 쉽지 않을 것 같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더벅머리 촌놈의 가능성을 알아봐주시고 채용까지 해주신 분들이 지금 생각하면 더없이 고맙다. 채용할 때 신입 디자이너들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지만 이내 실망할 때가 많다. 디자인의 해결방식이 꼭 새롭고 획기적인 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풀어가는 방식, 접근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중요할 때가 많은데 그건 단번에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끔 놀라 자빠질만한 퍼포.. 2021. 1. 27.
브랜드 디자인의 출발은 개념의 이해부터 개념의 이해없이 디자인을 시작하는 건, 마치 지도없이 목적지를 찾아나서는 것과 같다. 브랜드가 속해있는 업의 용어들과 그 분야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이해하고, 또 이해한 걸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마치고 출발해야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관련 정보들의 개념이 잡히고, 거기에 맞는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나서 디자인을 하려고 하면, 도무지 뭘 그려내야할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할지 실마리가 잡히질 않는 경우가 많다. 개념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들이 많겠지만, 내 경우에는 브랜드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그 용어들을 몸에 붙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 그 단어를 되새김질 하는 편이다. 일단 단어들이 내 몸에 착 달라 붙는 기분이 들어야 그 용어를.. 2021. 1. 20.
디자인 주치의 버스를 타고 가다가 건물 사이 사이 마치 치아처럼 촘촘히 박힌 치과병원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치과만큼은 아니지만 척추관절 분야의 병원들도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이 인류를 만들 때 치아와 뼈를 무려 백세까지나 살아도 문제없게 셋팅하진 않았을 것이다. 쓸수록 닳고 망가질 일도 많은 부분이니 당연히 병원을 자주 찾게 될 것이다. 치아와 뼈는 우리 몸의 영구 부속품이 아니라 소모품이니까. 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한 건물에서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박힌 치과와 정형외과들을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의료 시스템과 서비스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만큼 우수한 인재들도 더 많이 몰리게 됐고, 원래 좋았던 직업적 위상도 점점 더 올라갔다. 아마도 '사'자가 들어가는.. 2020. 12. 21.
디자이너에게 딱히 부캐가 필요없는 이유 디자이너에게 딱히 부캐가 필요없는 이유. 기획도 해야하고 (기획자) 카피도 써야하고 (카피라이터) 네이밍도 해야하고 (네이미스트) 시장조사와 분석도 해야하고 (연구원) 프로젝트 공부도 해야하고 (학생) 스토리도 만들어내야하고 (시나리오 작가) 글도 써야하고 (기고가) 그림도 그려내야하고 (화가) 디자인과 개념을 매뉴얼화해야하고 (편집장) 견적서도 써야하고 (경영지원팀장) 회사평판관리도 신경써야하고 (PR담당자) 인사와 조직관리도 해야하고 (HR담당자) 친절한 상담과 대응도 해야하고 (CS상담원) 내고도 해야하고 (협상가) 영업도 해야하고 (영업이사) 이런 상황이니 디자이너에게 더 이상의 부캐는 무슨 의미일까 싶다. 본캐가 이미 자연스럽게 자아분열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많은 디자이너들이 딱히 취미가.. 2020. 12. 17.
창작물의 양극화 현상 예술, 창작, 디자인 분야는 유독 양극화가 심하다. 잘 하는 개인과 회사가 다 가져가는 구조다. 그 이유는 우리가 창작물을 평가하는 방식이 매우 극단적이고 단호해서가 아닐까. 우리는 이 작품을 ' 좋거나, 별로거나'로만 판단하지. ' 이 정도면 괜찮네' 정도의 표현은 끼어들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매거진브랜디 #창작물평가양극화 2020.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