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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디자인 브릭27

머리 속 광활한 대지 위에 아이디어를 그려보자 예전 디자인 회사를 다닐 때였다. 두어 시간에 한 번씩은 동료들과 잠깐씩 나가 흡연을 했다. 그 땐 나도 하루에 한갑 정도 담배를 피울 때였는데, 놀랍게도 한명 빼고 회사의 모든 남자 디자이너들이 흡연하는 상황이었다. 업무 중간 중간에 머리도 식히고 동료들과 고민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나는 참 좋았다. 계단 가득 담배 연기만 빼면 말이다. 한 번은 함께 있던 동료 디자이너가 담배를 쥔 손으로 공중에 마치 연기로 그림을 그리는듯한 동작을 하길래 뭐하는 건지 물었다. 그 동료 대답이 디자인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있다는 거였다. 매번 아이디어를 종이나 그래픽 툴 위에 그려서 직접 확인해야하는 나로서는 꽤나 신선한 자극이었다.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머리 속에 하얀 대지를 펼쳐 놓고 아이디어를 그.. 2020. 12. 7.
' 고급스럽게 해주세요 ' 브랜드와 기업의 디자인 컨셉을 논의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 두개가 있다. 바로 '고급’과 '전문'이다. 오늘은 먼저 '고급'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고급스럽다는 게 과연 뭘까? 고급이라는 명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번째, ‘물건이나 시설 따위의 품질이 뛰어나고 값이 비쌈’을 뜻한다. 두번째, '지위나 신분 또는 수준 따위가 높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 단순한 뜻이 디자인으로 넘어오면 물건이나 지위에 붙는 용어가 아니라, 이미지에 붙어 애매하고 실체도 없는 희한한 단어가 되어 버린다. ‘ 고급스럽게 해주세요 ‘ 디자인 의뢰를 받으면서 이 말 처럼 자주 듣는 말도 없지만, 이 말만큼 어려운 말도 없을 것이다. 고급스럽게 보이고 싶지 않는 브랜드가 과연 있을까? 물론 상품과 서비스의 특성을 고.. 2020. 12. 2.
[영화] 바우하우스를 보고 바우하우스라는 영화를 봤다. 디자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바우하우스라는 이름은 반드시 꼭 한번 들어봤을 것이다. 1919년 독일에서 설립되어 1933년 나치스에 의해 강제 폐쇄되기 까지 14년 밖에 운영되지 않은 교육기관이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 걸쳐 영향력을 끼치는 걸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이렇게 영화까지 만들어지다니 놀랍다. 영화를 보니 바우하우스의 여러가지 긍적적 유산들 중 특히 교육적인 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이유는 영화 내내 그 때 그 곳에서 교육을 받았던 예술가들의 생생한 증언들에서 느껴졌다. 인터뷰이들은 이미 육신은 이제 노쇠해졌지만, 눈빛에서는 아직도 총기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그 당시의 교육에 대한.. 2020. 11. 13.
글자의 거리두기가 만들어낸 아름다움 마가렛호웰 에코백을 보고 들었던 생각을 카드뉴스 형식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이지만 글자간의 거리 또한 조형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너무 붙으면 답답해 보이고 너무 넓으면 헐렁해 보이고. 서체마다 그 적정한 간격이 다릅니다. 마가렛호웰 로고의 글자 간격이 좋았던 건 Gillsans라는 서체를 저런 넉넉한 간격으로.. 2020. 10. 20.
무명의 디자이너가 일하는 법 무명의 브랜드를 백개 디자인 하는 것보다 유명한 브랜드를 한개 디자인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혼신을 다해 백개를 만들어도 알아주는 사람은 백명의 의뢰인 정도니까요. 티비에 나오는 유명한 브랜드를 하나 작업하면 몇만명이 한번에 알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아닐 때가 많으니 이런 생각만 하다 보면 프로젝트를 진행 하다가도 어깨가 축 내려오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건 없습니다. 그런 경험이 언제가 찾아 올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일 수 있으니까요. 아니 무명의 디자인 작업물들이 쌓여갈수록 유명 브랜드를 디자인 할 수 있는 확률은 미세하게라도 올라갈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유명 브랜드를 디자인 했다는 자부심도 화려했던 포트폴리오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2020. 10. 13.
손목의 빠르기에서 생각의 빠르기로 사업자등록한지 4년차. 창업 이래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디자인을 시작한 이래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어요. 머리는 좀 복잡하지만, 이 어려운 시절에 참 고마운 일입니다. 과연 이걸 다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싶다가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3년을 뛰어 넘어왔더니,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이제는 해볼만 하더라구요. 벅찰 때도 있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어떻게든 풀린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됐습니다. 물론 어떻게 해도 안되는 일은 또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그런 일은 빠른 포기가 답이긴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안에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집중하고 몰입하면, 일주일 걸렸던 일도 하루에 풀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감당이 안될 것 같은 일도 초집중한다면 길.. 2020. 10. 11.
[현대 투싼] 자동차 외형의 아이덴티티를 이어가다 작년 2020년 3월 소나타를 시작으로 그랜저, 제네시스 GV80, 소렌토와 아반떼에 이르기까지 현대차의 디자인 변화가 흥미로워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2020년 9월 14일에 공개된 신형 투싼을 보고는 구매 욕구까지 생기더군요. 아이들도 크고 더 이상 작은 세단으로는 버티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어요. SUV라는 차종은 저의 신체 조건과도 맞지도 않고, 스포티한 느낌을 싫어서 고려 대상에 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도 정말 의외입니다. 투싼의 디자인을 보자마자 저는 아반떼의 디자인이 떠올랐습니다. 어느날인가 주차장에 세워진 신형 아반떼를 보고 한참을 바라 본 적이 있습니다. 컨셉카가 아닌 이상 저런 조금은 요란스런 디자인이 출시된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치 잘 단련된 잔.. 2020. 9. 16.
디자인은 주관적 논리학이다 디자인은 어떤 면에선 주관적 논리학입니다. 나만의 생각을 나만의 논리와 방식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해가는 과정입니다. 근거는 객관적일지 몰라도 전개 방식은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보면 각각의 디자이너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는 모두 엇비슷해보입니다. 가령 하라켄야와 디터람스에게 같은 제품의 디자인을 맡긴다면 어떤 디자인이 나올까요? 극한의 단순함과 여백을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의 결과물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정한 거리 두고 본다면 구분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디자인의 과정 사이 사이를 가까이 들여다 본다면 결정하는 포인트와 해결방식에 있어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가 디자인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요소. 보이.. 2020. 8. 19.
[LIVART] 리바트 브랜드 디자인 리뉴얼 분석 올해 4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1692㎡ 규모로 오픈하면서, 새롭게 리뉴얼한 브랜드 로고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공간으로 경험하다'는 슬로건을 결합해 리바트가 지향하는 가치를 더욱 선명히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위의 이미지가 새롭게 바뀐 로고 디자인이고, 아래 이미지가 리뉴얼 이전의 모습인데요. 리뉴얼 전의 로고는 개인적으로 국내 브랜드 디자인 로고들 중에서도 참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입니다. 볼 때마다 새롭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가로, 세로획의 굵기 대비가 있는 글자는 속공간의 화이트 스페이스가 넓어져서 좀 더 가볍고 경쾌해집니다. 보통 이러한 굵기 대비는 명조계열의 특징이죠. 리바트의 리뉴얼 전 로고는 명조의 특징인 삐침.. 2020.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