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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13

아이디어를 경험화하는 사람 디자이너가 뭐하는 사람들이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생각보다 답하기 어렵더군요. 브랜드, 그래픽, 편집, 광고, 영상, 게임, 제품, 공간, 무대, 자동차, 건축, 설계, 소프트웨어, 패션, 사운드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의 개념이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기 때문이죠. 각 영역과 산업별로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정의하는 말들도 수백가지는 넘을 것입니다. ‘디자인(設計, design)이란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으로, 의장(意匠)이나 도안을 말한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지시하다·표현하다·성취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의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한다.’라는 지식백과에 나온 사전적 정의는 요즘 우리가 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다 설명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 2023. 6. 6.
감각, 감성 그리고 디자인 '느낌을 전합니다’ 결국 디자인을 하는 일이란 ‘느낌’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의 감성적 요인을 연구하고, 그것들을 감각적인 요소들로 표현해내야 하니까요. 당연히 사람들의 행동과 마음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하고 해석해내야 하죠. 그 걸 또 표현해내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해야합니다. 그러다가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실체 없는 ‘느낌’을 발견하고, 표현하고 완성해 냈을 때의 기쁨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느낌의 각을 맞춰 설정하고, 느낌의 성을 축조하고 완성해 가는 일. 이 게 디자이너라는 감성 건축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느낌이 딱 오네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이 정체 모를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뭘 먹을 때도, 뭘 들을 때도, 뭘 입.. 2021. 5. 28.
'말이 되는' 디자인하기 '그래, 말이 된다.’ 예전 직장 대표님이신 '호돌이 아빠' 김현 선생님께서 정말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그 말씀을 들을때마다 가슴에 콕콕 박혔었다. 정말 크게 들렸다. 그 때의 나는 정말이지 '말이 잘 안되는' 삽질 디자인을 한참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말이 되는 디자인'이란 누구나 공감이 가고 쉽게 이해하는 디자인이다. 보면 바로 이해 가능한 쉬운 디자인. 의도를 금방 눈치챌 수 있는 디자인. 몇마디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어쩌면 디자인이란 장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과정이고 수단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 본래의 목적을 '말이 된다'라는 한마디보다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시각 디자인을 비주얼 커뮤니이션이라고 번역하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디자인은 소통의 도.. 2021. 4. 18.
디자이너의 레퍼런스 거미처럼 생긴 레몬 짜는 도구인 '주시 살리프'를 디자인한 ‘필립스탁’이 하루에 두번밖에 오갈 수 없는 텔레비전도 전기도 없는 섬에서 지낸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란던 기억이 난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유명한 세계 최고 그래픽디자이너'슈테판 자그마이스터'는 7년에 한번 창조적 영감을 위해 안식년을 갖는다고 한다. 그 장소가 세계적 대도시가 아니라 발리라고 해서 정말 의외였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트랜드에 민감해야하고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하는데, 이 두 디자이너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첨단의 도시 문명 안에서 전시도 보고 카페도 가고 매월 쏟아지는 잡지들도 봐야 영감이 찾아 온다는 내 믿음에 큰 균열이 생겼다. 매번 트렌드를 파악하고 관련 디자인을 조사를 한다고 핀터레스트나.. 2021. 4. 3.
다자인 재능은 기브 Give가 아니라 리브 Live 하는 것이다 디자인 하나만 해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나서 정말 많은 부탁을 받아왔다. 내 상황이 아주 어렵지 않다면 대부분 거절하지 않고 해줬다. 부탁하는 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부탁할 때는 그 사람 또한 내가 부탁했을 때 흔쾌히 수용하겠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는 그런 마음이다. 그런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예 부탁조차도 하지 않으니까. 로고 하나만 그려줘. 그려놨던 마크 하나만 보내 달라는 말이 상처가 될 때도 있지만 내가 해 준 디자인이 그 사람의 사업과 브랜드에 도움이된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의 목표점에 가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할 수준의 디자인만 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런 부탁은 대부분이 .. 2021. 3. 15.
브랜드 스타일이 중요한 이유 회사 견적서를 보낼 때 엑셀이나 MS워드같은 문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지 않고 일일이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편집하고 있다. 만들어 놓은 틀이 있긴하지만, 프로젝트마다 성격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보낼 때마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일반 문서라면 십분이면 될 걸 길게는 한시간을 넘게 작성하기도 한다. 이런 미련해 보이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견적서란 게 우리 회사의 감각을 전하는 첫번째 작업물이기 때문이다. 기성 문서 프로그램으로는 아무래도 우리가 추구하는 미세한 감각까지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의도한대로 레이아웃이나 서체의 비율조정과 배치가 어렵다. 숫자만 있으면 되는 견적서에 무슨 감각이냐고 하겠지만, 다른 회사도 아닌 디자인 회사의 견적서는 좀 달라야하지 않을까. 고객들이.. 2021. 3. 11.
노 스타일 디자이너 신입 디자이너로 취업 준비 할 때, 포트폴리오 컨셉이 ‘노스타일 디자이너’였다. 고정된 스타일이 있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카멜레온같은 디자이너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다. 다행이 그 생각이 면접관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갔는지, 쉽지 않을 것 같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더벅머리 촌놈의 가능성을 알아봐주시고 채용까지 해주신 분들이 지금 생각하면 더없이 고맙다. 채용할 때 신입 디자이너들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지만 이내 실망할 때가 많다. 디자인의 해결방식이 꼭 새롭고 획기적인 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풀어가는 방식, 접근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중요할 때가 많은데 그건 단번에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끔 놀라 자빠질만한 퍼포.. 2021. 1. 27.
디자이너에게 딱히 부캐가 필요없는 이유 디자이너에게 딱히 부캐가 필요없는 이유. 기획도 해야하고 (기획자) 카피도 써야하고 (카피라이터) 네이밍도 해야하고 (네이미스트) 시장조사와 분석도 해야하고 (연구원) 프로젝트 공부도 해야하고 (학생) 스토리도 만들어내야하고 (시나리오 작가) 글도 써야하고 (기고가) 그림도 그려내야하고 (화가) 디자인과 개념을 매뉴얼화해야하고 (편집장) 견적서도 써야하고 (경영지원팀장) 회사평판관리도 신경써야하고 (PR담당자) 인사와 조직관리도 해야하고 (HR담당자) 친절한 상담과 대응도 해야하고 (CS상담원) 내고도 해야하고 (협상가) 영업도 해야하고 (영업이사) 이런 상황이니 디자이너에게 더 이상의 부캐는 무슨 의미일까 싶다. 본캐가 이미 자연스럽게 자아분열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많은 디자이너들이 딱히 취미가.. 2020. 12. 17.
머리 속 광활한 대지 위에 아이디어를 그려보자 예전 디자인 회사를 다닐 때였다. 두어 시간에 한 번씩은 동료들과 잠깐씩 나가 흡연을 했다. 그 땐 나도 하루에 한갑 정도 담배를 피울 때였는데, 놀랍게도 한명 빼고 회사의 모든 남자 디자이너들이 흡연하는 상황이었다. 업무 중간 중간에 머리도 식히고 동료들과 고민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나는 참 좋았다. 계단 가득 담배 연기만 빼면 말이다. 한 번은 함께 있던 동료 디자이너가 담배를 쥔 손으로 공중에 마치 연기로 그림을 그리는듯한 동작을 하길래 뭐하는 건지 물었다. 그 동료 대답이 디자인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있다는 거였다. 매번 아이디어를 종이나 그래픽 툴 위에 그려서 직접 확인해야하는 나로서는 꽤나 신선한 자극이었다.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머리 속에 하얀 대지를 펼쳐 놓고 아이디어를 그.. 2020.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