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차 패키지 한가운데 오뚜기 마크가 큼직하게 들어간 사진을 보고 나는 왜 케찹 맛 유자차를 떠올렸을까. 오뚜기라는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나 제품력과는 상관없이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은 이유는 뭘까? 오뚜기 마크 자리에 다른 마크가 붙었다면 어땠을까?
머리 속으로만 상상했던 걸 실제로 적용해봤다.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같은 종합식품 브랜드인 청정원 마크로 스위칭했다. 그랬더니 케찹향은 사라지고 제품 본래의 유자향이 날 것 같았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청정원에도 순창 고추장이나 햇살담은 간장이라는 오랜 장수 제품이 있지만 유자차에서 장맛이 날 것 같지 않는 게 오뚜기와는 달랐다.
왜 그랬을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겠지만, 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입맛을 다시는듯한 얼굴의 캐릭터 마크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토록 강력하고 개성있는 비주얼이 5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주로 케찹이나 카레에 쓰였다. 그것도 우리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다. 하루에도 몇번씩 냉장고만 열면 보이니까. 아마도 그 긴 시간 동안 오뚜기=케찹, 오뚜기=카레라는 인식은 점점 더 강화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차제품이 아니라, 파스타소스에 붙은 오뚜기, 청정원의 마크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유차차에 붙어 어색한 웃음을 띄고 있던 얼굴과는 다르게 너무 편하하게 어울리는 얼굴로 우리를 반기는 마크로 변했다. 더구나 적용해 본 소스는 토마토라 그런지 원본인 청정원 마크보다 더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오뚜기=케찹이라 인식에서 오뚜기=소스라는 등식으로의 인식 이동은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색도 비슷하고 점성이나 식감에서도 차이가 별로 크지 않은 음식이니까 말이다.
오뚜기 마크와 비슷하게 캐릭터 성이 강한 브랜드가 커피분야에도 있다. 바로 스타벅스 마크다. 사이렌이라는 바다요정의 모습을 상징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도 오뚜기처럼 주력 제품이 이외의 라인으로 확장이 된다면 좀 어색한 상황이 벌어질까? 워낙 스타벅스=커피라는 인식이 강력하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쓰였을 때 그런 이질감이 생길 수 있을까?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음료와 함께할 수 있는 빵이나 샌드위치, 케익 등이나 커피 베이스가 아닌 쥬스류 등에 붙어도 크게 이상하지가 않다. 다만 티(Tea)에 붙을 때는 좀 이상할 것 같다. 유자차에서 케첩향을 느꼈듯 스타벅스 마크를 붙인 티에서 커피향이 날 것만 같다.
그렇게 보면 스타벅스의 브랜드 정책은 현명해 보인다. 티바니(TEAVANI)라는 티전문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속해 있지만, 티바니를 만나는 접점 어디에서도 스타벅스의 마크를 찾아 볼 수는 없다.
이렇게 보면 고객들에게 호감을 받는 좋은 브랜드라고해서 무분별한 제품 라인의 확장 전략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든다. 오뚜기의 사례처럼 식품이라는 같은 카테고리지만, 식탁에 놓일 식품과 티 테이블이나 책상에 놓을 식품은 브랜드의 적용방식이 달라야한다. 더구나 누구나 알고 있고, 오랜 전통의 브랜드일수록 더욱 신중해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고객의 인식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책은 두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청정원의 경우처럼 개성은 약하지만 포괄성과 상징성이 뛰어나 어떤 제품이나 카테고리에 놓아도 크게 어색하지 않는 브랜드 마크를 활용이다. 두번째는 스타벅스의 경우처럼 이질감이 있을 것 같은 제품 확장의 경우에는 독립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모 브랜드와 충돌하지 않게 완충 지대를 만드는 방법이다.
브랜딩이란 고정된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가변성을 항상 염두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고객의 인식 또한 멈춰있지 않고, 시간에 따라 시대환경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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