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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9

아이디어를 경험화하는 사람 디자이너가 뭐하는 사람들이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생각보다 답하기 어렵더군요. 브랜드, 그래픽, 편집, 광고, 영상, 게임, 제품, 공간, 무대, 자동차, 건축, 설계, 소프트웨어, 패션, 사운드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의 개념이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기 때문이죠. 각 영역과 산업별로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정의하는 말들도 수백가지는 넘을 것입니다. ‘디자인(設計, design)이란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으로, 의장(意匠)이나 도안을 말한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지시하다·표현하다·성취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의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한다.’라는 지식백과에 나온 사전적 정의는 요즘 우리가 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다 설명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 2023. 6. 6.
글쓰기와 디자인은 대화다 글을 쓸 때 청자를 앞에 두고 말하는 것처럼 쓰라는 얘길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야 내가 전달해야할 이야기가 뭔지, 어떻게하면 청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좋은 방법으로는 그림을 앞에 두고, 그 걸 설명하듯이 쓰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저도 표를 만들고, 관련 사진을 편집한 이미지를 보면서 쓰면 막혔던 글줄에 속도가 붙어 나아갑니다. 생각 못했던 말들도 계속 이어지는 신묘한 경험을 할 때도 많습니다. 제가하는 업인 디자인도 글쓰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종 소비자가 이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어떤 감각이 느껴질까?라고 접근하면, 막막했던 디자인 방향성이 점점 선명해집니다. 내가 그려낸다가 아니라, 그 사람이 떠올릴 심상을 먼저 떠올려 본다면 디자인의 방향성도 명확해.. 2021. 7. 2.
'말이 되는' 디자인하기 '그래, 말이 된다.’ 예전 직장 대표님이신 '호돌이 아빠' 김현 선생님께서 정말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그 말씀을 들을때마다 가슴에 콕콕 박혔었다. 정말 크게 들렸다. 그 때의 나는 정말이지 '말이 잘 안되는' 삽질 디자인을 한참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말이 되는 디자인'이란 누구나 공감이 가고 쉽게 이해하는 디자인이다. 보면 바로 이해 가능한 쉬운 디자인. 의도를 금방 눈치챌 수 있는 디자인. 몇마디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어쩌면 디자인이란 장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과정이고 수단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 본래의 목적을 '말이 된다'라는 한마디보다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시각 디자인을 비주얼 커뮤니이션이라고 번역하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디자인은 소통의 도.. 2021. 4. 18.
생각과 언어 해상도의 간극 글 쓰는 게 어려운 이유는 '생각의 해상도'를 '언어의 해상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의 해상도 만큼 생생하게 글로 옮겨진다면 우리 모두는 헤밍웨이나 하루키가 되고도 남응 것이다. 그럼 일주일에 책 한권 쓰는 일도 문제 없을 거고. 하지만 현실 다르다. 생각'은 3,300개 픽셀로 구현되는 8K 고해상도 디지털 티비인데 반해, '언어'는 여전히 뭉툭한 브라운관 티비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까. 디자인 어려운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작할 때의 계획과 구상은 해상도가 높다. 멋지고 웅장하기까지하다. 점 하나만 찍어도 폴랜드의 작품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컴퓨터 화면 속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구현하면 왜 이렇게 썰렁하고 휑한지. 디자인 상상력이 화면 속 도트로는 표현이 안된다. 머리 속으로 .. 2021. 4. 17.
창작물의 양극화 현상 예술, 창작, 디자인 분야는 유독 양극화가 심하다. 잘 하는 개인과 회사가 다 가져가는 구조다. 그 이유는 우리가 창작물을 평가하는 방식이 매우 극단적이고 단호해서가 아닐까. 우리는 이 작품을 ' 좋거나, 별로거나'로만 판단하지. ' 이 정도면 괜찮네' 정도의 표현은 끼어들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매거진브랜디 #창작물평가양극화 2020. 12. 11.
' 고급스럽게 해주세요 ' 브랜드와 기업의 디자인 컨셉을 논의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 두개가 있다. 바로 '고급’과 '전문'이다. 오늘은 먼저 '고급'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고급스럽다는 게 과연 뭘까? 고급이라는 명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번째, ‘물건이나 시설 따위의 품질이 뛰어나고 값이 비쌈’을 뜻한다. 두번째, '지위나 신분 또는 수준 따위가 높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 단순한 뜻이 디자인으로 넘어오면 물건이나 지위에 붙는 용어가 아니라, 이미지에 붙어 애매하고 실체도 없는 희한한 단어가 되어 버린다. ‘ 고급스럽게 해주세요 ‘ 디자인 의뢰를 받으면서 이 말 처럼 자주 듣는 말도 없지만, 이 말만큼 어려운 말도 없을 것이다. 고급스럽게 보이고 싶지 않는 브랜드가 과연 있을까? 물론 상품과 서비스의 특성을 고.. 2020. 12. 2.
가로채고 훔치는 일 컨셉트(Concept)에는 인터셉트(Intercept)의 가로채다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낼 것인가. 낚아 챌 것인가는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이죠. 그 판단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고수와 중수와 하수로 갈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카소도 그런 말을 했다잖아요.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제가 아는 모든 방면의 고수들 역시 인터셉트의 귀재들이었습니다. 좋은 걸 가로채와서 어떤 것이든 그 안에 자신만의 개념 논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죠. 다 비슷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자신 안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여기 저기 주변에서 채집하거나 가로 채거나 훔쳐 낸 것들을 엮어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들이 봤을 땐 그냥 돌덩이일 뿐인.. 2020. 10. 21.
설득하려 말고 이해시켜라 '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땐 이 안이 가장 좋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어올때면 꼭 그렇게 망설임없이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이미 머리 속에는 그 한가지 정답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디자이너로 7년차. 혼자서도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었을 때였고, 일에도 한참 자신감이 붙을 때였다. ‘이 게 좋은 거니까, 잔말 말고 그냥 쓰시면 됩니다’ 라는 건방진 말이 마음 속에 있었지만 차마 꺼내진 못하고 조금은 순화해서 얘기했던 거였다. 아마 말은 안 했지만 그런 오만한 태도와 자세를 알아차린 클라이언트가 있었다면 얼마나 어이없고 기분이 나빴을까?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그런 태도 이면에는 상처받거나 거절 당하기 싫은 공포가 숨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2020. 9. 21.
디자인은 주관적 논리학이다 디자인은 어떤 면에선 주관적 논리학입니다. 나만의 생각을 나만의 논리와 방식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해가는 과정입니다. 근거는 객관적일지 몰라도 전개 방식은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보면 각각의 디자이너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는 모두 엇비슷해보입니다. 가령 하라켄야와 디터람스에게 같은 제품의 디자인을 맡긴다면 어떤 디자인이 나올까요? 극한의 단순함과 여백을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의 결과물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정한 거리 두고 본다면 구분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디자인의 과정 사이 사이를 가까이 들여다 본다면 결정하는 포인트와 해결방식에 있어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가 디자인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요소. 보이.. 2020.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