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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145

익숙함이라는 무기 관여도가 크게 높지 않은 서비스에서 소비자 선택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익숙함’이 아닐까. 회사 창립 후 홈페이지를 만들고 자사메일을 구축할 때쯤 네이버의 업무용 협업 도구인 라인웍스를 만났다. 살펴보니 원래 쓰고 있던 네이버 메일환경과 비슷해서 별 고민없이 쓰기로 결정했다. 역시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때의 익숙함이 이어지면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먹을까 말까하는 정도다. 일주일에도 두세번 쿠팡으로 음식과 물건을 주문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횟수다. 그러다보니 한달에 한두번 쓰는 배달앱도 배달의 민족 앱 보다 쿠팡이츠를 실행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한달만에 열어 본 배달의 민족은 몇 년만에 길을 가다 만난 친구처럼 왠지 어색하다. 같은 민족이지만 .. 2021. 1. 15.
히트 Heat 상품에서, 하트 Heart 브랜드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면 금새 카피품들이 넘쳐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긴 시간 힘들 게 만든 상품의 아이디어를 아무렇지고 않게 베끼고 살짝만 바꿔 만들고 있을 염치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인 중에 친환경 목재로 강아지집을 만드는 분이 계신다. 시장 초반에는 네이버 쇼핑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카피품들이 넘쳐나 지금은 진품이 어떤 건지 모를 정도로 시장이 혼란에 빠져 버렸다. 다행이도 강아지집 단 하나의 히트 상품에 목메지 않고 친환경 목재를 활용한 용품들로 상품을 확장해 아이들 가구나 캠핑 용품들까지 만드는 토탈 가구 브랜드로 확장해 그 고비를 넘겼다. 한 상품이 카피품때문에 시장에서의 지위를 한 순간에 잃었을 때를 대비한 현명한 대안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에 신뢰.. 2021. 1. 14.
희미하게 들으면 다 비슷한 음악,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한 브랜드 같은 장르안에서 완전히 다른 노래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7음계 밖에 되지 않는 요소로 이렇게나 폭 넓게 표현할 수 있다니, 매번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최신곡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 다양해 보이는 음악들도 장르라는 틀로 묶어내면 비슷 비슷한 패턴이 있기 마련이어서 희미하게 들으면 어떤 곡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다. 이어폰 사이로 음악이 새어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베토벤과 모짜르트는 구분이 될까? BTS와 NCT의 멜로디는? 릴보이와 기리보이의 비트? 아마도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좋은 음질로 듣는다면 어떨까. 다시금 리듬과 박자, 멜로디 라인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음색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곡으로 들릴 것이다. 클래식, 발라드, 댄.. 2021. 1. 13.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상 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내가 하지 않는다고 내가 쓰지 않는다고 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나는 그 시장이 그렇게나 어마어마한 곳인지 최근에야 비로소 알았다. 어렸을 때 빼고는 만화를 거의 본적 없는데, 카카오페이지라는 웹툰 플랫폼이 80여개의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성장세가 높다는 뉴스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아니, 도대체 왜? 결혼 전에는 스드메*라는 시장이 청담동 일대에 거미줄처럼 연결됐다는 걸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독서 매니아층이 많은 알라딘에서 굿즈가 그렇게나 많이 팔려나가는 줄은 전혀 몰랐다. 해외주식과 비트코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여성들이 옷보다 화장품 쇼핑 횟수와 구매율이 훨씬 높을 거라는 지인 여성분의 말을 듣고 .. 2021. 1. 12.
자동차는 왜 대칭형 엠블럼이 어울릴까? 운전 중 가장 재미있는 일 중 하나는 자동차 뒷태를 감상하는 일이다. 각기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비교하다보면 막히는 출퇴근길이 오히려 즐거울 때도 있다.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서는 당연히 압도적으로 현대차를 가장 많이 볼 수 밖에 없는데,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엠블럼이다. 보다보면 차에 뭔가 착 달라붙는 느낌이 아니라, 차체 위에서 동동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약진하는 현대차 외관 디자인을 따라가지 못하는 엠블럼 디자인은 매번 아쉬움이 컸다. 물론 상호협력을 강조한 철학을 담은 ‘H’마크는 현대차라는 모기업을 대표하는 CI(기업 아이덴티티)로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 마크가 자동차에 붙일 엠블럼으로 쓰려고할 때 생긴다. 왜 볼 때마다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그런.. 2021. 1. 10.
더 만족도 높은 생활을 위한 소비 치약을 쓰다가 자주 오래 쓰는 것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치약은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번이나 쓰는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물품인데, 왜 이 정도의 향과 맛 밖에는 만들 수 없을까. 기호품이라기 보다는 생필품에 가까워서 그런걸까. 치약 제품의 대부분이 구강 청결의 목적과 기능에만 초첨이 맞춰있어 불만이다. 언젠가 어떤 숙소에서 가져 온 어메니티는 그 향 하나때문에 매일 샤워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프랑스 브랜드였는데 거품을 내자마자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풍기던 각종 허브와 꽃 향이 한데 어울리며 온 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품있고 근사한 향과 질감 때문에 그 날의 피로를 잠시 잊을 수 있었고 내가 왕비(?)가된 기분까지 들었다. 치약이 그 정도.. 2021. 1. 4.
'가졌다'에서 '해봤다'로 ‘가졌다’보다는 ‘해봤다’가 먹히는 시대 '샀다'보다는 '써봤다'를 알아주는 시대 경험이 소유를 뛰어 넘는 시대. 가진 걸로 만족할 게 아니라 직접 해봐야하고, 사서 모셔 둘 게 아니라 잘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매거진브랜디 2020. 12. 27.
모두 같은 이름, 모두 다른 이미지 가수는 부르는 노래처럼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도 불리는 이름때문에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한번 들으면 절대 잊지 못하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계속 불러도 자꾸만 까먹는 이름도 있다. 이름이 마음에 안들어 개명하는 사람들도 요즘에는 많다. 더구나 부캐라고 해서 새로운 별명까지 부르는 시대다. 이름은 기업에서도 당연히 중요하다. 브랜딩의 핵심이기도하다. 풀무원이라는 사명으로 식품업계에서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10대 종합식품기업까지 올랐다. 제품력과 마케팅 능력도 있겠지만 친환경, 유기농 등의 이미지를 잘 녹여낸 '풀무원'이라는 이름의 파워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항해하다는 뜻의 Navigate와 ~하는 사람이라는 -er의 접미사가 붙어 만든 '네이버'도 기업의 본질과 가치를 함축적으.. 2020. 12. 27.
평평하고 소소한 것들의 힘 저는 평소 카피라이터야말로 이 시대의 대중화된 시인이자 철학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구요. 카피라이터이자 광고 기획자인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난 이후부터입니다. 소위 광고쟁이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책 속의 한줄 한줄에서 세상의 이치를 해석해내고 그 이면을 꿰뚫어 보는 관점이 놀라웠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분들이 아마 시를 쓰고 철학을 만들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시’ 대신 ‘카피’를 쓰고 계십니다. 뜬금없이 박웅현 님 얘기를 하는 건 소개할 책 ‘평소의발견’을 쓴 유병욱 작가와도 관련이 있어서입니다. 두분은 현재 같은 광고회사를 다니고 한때 한팀이셨던 선후배 사인데요. 두분의 문체가 은근히 닮은 듯 달라서 그걸 비교하면서 읽는 .. 2020.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