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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145

왜 나는 내용을 추구한다면서, 형식에 자꾸 끌릴까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면 자세가 달라진다. 왠지 더 잘 써야할 것 같고 더 멋있게 써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작가라고 붙여 준 이름에 걸맞는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도 생긴다. 사실 한명의 블로거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블로그나 SNS의 창에서 글을 쓰는 느낌과 브런치 창에서 글을 쓰는 느낌은 다르다. 마치 은은한 햇살이 비치는 책상 위에 원고지를 펼치고 작품을 쓰고 있는 소설가가 되는 기분을 준달까. 이 점은 분명 다른 블로그와는 다른 감각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실제 내용과 개념은 타 블로그와 다를 게 없는데 말이다. 어떤 차이가 그런 느낌으로 이어질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화이트 공간에 많은 여백과 깔끔한 타이포그라피, 다른 블로그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레이아웃 등의.. 2021. 3. 7.
아이디어가 막힐 때의 처방전 '디자인이 막히거나 새로운 생각이 고갈됐을 때 어떻게 그 벽을 넘어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답답한 상황은 뭔가를 창작해 내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일거라 생각한다. 그 어려움이 어떤 경우는 도전의 연료가되어 더 나은 결과를 가져가기도 하고, 감당이 안돼서 심신이 너덜너덜해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고민을 꽤 많이 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 게 딱히 특별한 해결책이거나 나만의 방법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내가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 해드렸다. 그 때의 대답을 떠올리며 글로 적어 본다. ‘ 저는 벽이라고 느껴 본 적은 없습니다. 단단한 벽이라기 보다는 실타래가 일부분 꼬여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언젠가는 풀릴거지만,.. 2021. 3. 6.
브랜드가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하는 이유 개인 브랜드로서 명성을 쌓은 사람들은 옷을 잘 입는다. 성공한 브랜드도 디자인이라는 옷을 잘 차려입는다. 물론 그런 거 하나 신경 안쓰고 품질력만으로 유통 노하우만으로 성공한 브랜드도 많지만, 크게 성공하는 세계적인 100대 브랜드들을 보자. 디자인이라는 옷을 후지게 차려입은 브랜드가 단 하나라도 있는지. 그런 이유에서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의 얼굴이라기보다는 브랜드의 옷에 가깝다. 얼굴의 변화는 감정에 따른 표정 정도지만, 옷은 상황에 맞는 옷이 따로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출근할 때, 집에서 그리고 주말 야외에서의 복장은 다 다르다. 브랜드도 제품에서 포장에서 웹에서 영상에서 비슷해보이지만 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환경이 변하면 거기에 맞는 핏으로 디자인 옷을 바꿔입는 것이다. 브랜드가 단벌신사여서.. 2021. 3. 4.
재택근무의 일상화 일년 작년 딱 이맘 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 난생 처음 재택 근무란 걸 해봤다. 집중도 안되고 일할 분위기도 안 잡혀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건 일상에서 일터로 가는 이동 시간이 너무 짧다는 거였다. 출근길에 단 몇십분이라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일상과 일터를 나누는 완충지대가 고작 소파와 책상까지의 거리라니. 이 건 마치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차였던 내가 한 순간에 전기차가 된 기분이랄까. 적당한 소음으로 시동이 걸리고, 엔진의 거친 펌프질이 시작돼야 나아가던 몸과 머리를 전선만 꽂아 충전하면 바로 치고 나아가야하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일년에 지난 지금은 어떨까? 그때보단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상과 일터가 분리돼지 않는 건 불편하다. 몇 .. 2021. 3. 3.
국민은행 심벌마크는 왜 사명 뒤에 붙어 있었을까? 국민은행의 CI는 2002년 세계 최고의 브랜드 컨설턴시 중 하나인 랜도어소시에이츠에서 진행을 했다. LG, GS, 금호아시아나, 신라호텔, 에버랜드 등의 CI를 진행해 우리에게 익숙한 회사이기도 하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업계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그 당시 기업들이 목표로하는 글로벌한 감각과 수준에 맞출만한 컨설턴시를 국내에서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최고의 브랜드 회사에서 만든 CI답게 굉장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푸른색 계열이 주를 이루는 금융계에서 회색과 노란색의 독특한 색상 매칭을 하는 시도도 그랬고, 손으로 그린듯한 별모양 심벌마크의 감성적 이미지 또한 신선했다. 금융하면 무조건 감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정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의 디자인만 떠올리던 인식에 새로운 감각의 파장을 .. 2021. 3. 1.
나만의 프로젝트를 사부작사부작 해나가기 예전에 네이버를 다니던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네이버라는 회사가 겉보기에는 그냥 있던 것들이 굴러가는 것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내부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다. 일년이면 수십개의 프로젝트가 나왔다가 사라진다고. 몇 년에 걸쳐 겨우 살아서 대박이 난 게 '라인’이었단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백개의 실패의 터전에서 자란 게 대박 라인의 플랫폼이었던거다. 이제는 일본은 물론 동남아까지 점령한 서비스가 됐고, 미국에 상장까지 했다가 이제는 야후재팬과의 합병으로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는 앞날이 참 밝아보이는 브랜드가 됐다. 네이버만큼 대단한 일들은 아니지만 개인 프로젝트들을 사브작사브작 끊임없이 시도해보는 편이다. 아마 내 콘텐츠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분들이라면 충분히 감지하셨을 것이다... 2021. 2. 26.
멋진 표현보다 탁월한 발상으로 디자인을 시작한 순간부터 ‘표현’이란 내가 넘어 서야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다. 디자인은 컨셉도 중요하지만,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도 제대로 표현이 안된 작업물에는 눈길을 잘 주지 않았다. 사회에서의 업무에 있어서도 디자이너에게 주로 요구되는 재능은 주로 ‘표현’의 독창성일 때가 많았다. 그 게 안되면 설득이 잘 안됐다. 나만의 표현을 찾고 개발해야 하는 건 디자이너라면 아주 기본적인 필수 교양같은 거였지만, 실은 시간과 체력을 요구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표현'에만 집착하다보면 금방 바닥이 드러났다. 하나의 표현을 정복하면 또 새로운 표현이 나타났다. 매체의 변화와 시대의 트랜드에 따라 그 주기는 점점 빨라졌다. 그러다가 .. 2021. 2. 24.
봄의 이름이 가을이라면 갑자기 포근해진 날씨가 마치 봄날같은 하루였다. 문득 봄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그냥 혼자 생각에 다양한 색깔의 꽃도 피고 새싹도 돋으니 '볼' 게 많아서 '봄'이라 붙였을까? 엉뚱한 상상을 하며 검색을 했는데 정말 뜻밖의 답이 보였다. 이런 내용이다. 원래 봄은 갈수기 철의 가을(갈), 여름은 큰(巨)비가 내리고 더운 철이라 겨울, 가을은 살(肥)이 오름(천고마비), 비오름을 줄여서 봄, 겨울은 이슬이 얼음이라서 여름이라는 국립국어원의 답변이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과는 정반대되는 거라며 재차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눈이 번쩍 뜨일만큼 놀라운 설명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실은 가을, 겨울, 봄,여름이었다니. 천동설을 찰떡같이 믿고 있던 지동설이 맞을 수 있겠구나라는 .. 2021. 2. 21.
브랜드의 분위기 사람은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 사람만의 분위기가 있으면 외모가 조금 못나도 말이 조금 어눌해도 호감이 간다. 분위기는 그 사람의 생활습관 평소의 생각과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는 것 같다. 작정하고 분위기를 잡는다고 나오는 게 아니란 말이다. 아침에 스타벅스를 갔다. 유모차를 옆에 둔 어떤 여성분이 스타벅스 굿즈 매대에 놓인 텀블러를 아기 다루듯 그윽한 눈빛과 조심스런 손짓으로 이리저리 살펴 보는 걸 봤다. 그 장면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굿즈가 이 편안한 음악과 공기와 인테리어로 둘러싸인 분위기 가득한 공간에 있지 않고 그냥 평범한 동네 카페에 있다면 어땠을까? 과연 저 여성의 표정과 동작이 나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가 저 굿즈가 더 좋아 보이게 하고 가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건.. 2021.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