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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145

브랜딩이란 인기를 형성해 가는 일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전방에서 갑자기 뛰어 오는 사람 때문에 놀랐다. 나이는 오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분이셨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화장을 꽤 진하게 하시고 전체적으로 멋을 잔뜩 부리셨다. 그 분을 스치고 십여미터를 갈 때까지 향수냄새가 풍기는 걸 보니 급한 마음에 몸에 향수를 부으시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디로 향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황상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할 상황인 건 분명해 보였다. 진한 향수의 잔향을 코끝에 담아 사무실까지 가져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것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 아닐까. 나의 현재는 그런 행동들의 결과값이 아닐까. 다시 말해 '인기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활동들이 내 삶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아.. 2021. 4. 12.
디자이너의 레퍼런스 거미처럼 생긴 레몬 짜는 도구인 '주시 살리프'를 디자인한 ‘필립스탁’이 하루에 두번밖에 오갈 수 없는 텔레비전도 전기도 없는 섬에서 지낸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란던 기억이 난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유명한 세계 최고 그래픽디자이너'슈테판 자그마이스터'는 7년에 한번 창조적 영감을 위해 안식년을 갖는다고 한다. 그 장소가 세계적 대도시가 아니라 발리라고 해서 정말 의외였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트랜드에 민감해야하고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하는데, 이 두 디자이너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첨단의 도시 문명 안에서 전시도 보고 카페도 가고 매월 쏟아지는 잡지들도 봐야 영감이 찾아 온다는 내 믿음에 큰 균열이 생겼다. 매번 트렌드를 파악하고 관련 디자인을 조사를 한다고 핀터레스트나.. 2021. 4. 3.
브랜드 네임이 어려운 이유 브랜드를 준비하는 대표님께서 브랜드 네임에 대한 의견을 여쭤 보시길래 조심스럽게 몇가지 방향성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그 브랜드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고 아직 완벽한 이해도가 없는 상태라서 확답을 드리기가 어려웠다. 수년간 브랜딩 업계에 있었던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브랜딩에 있어 브랜드 네임이라는 산이 제일 높고 험하다. 사실 네임만 정복하면 그걸로 홍보하고 디자인하는 일이야 어떻게든 가능하다. 하지만 이름도 없고 결정되지 않은 상태의 브랜드는 뭔가 뿌연 안개 속에 갇힌 상황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브랜딩의 출발은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브랜드 네임의 산이 험하게 느껴지는 이유에는 몇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브랜드의 전략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 2021. 4. 1.
BTS의 빅히트는 왜 사명을 바꿨을까? CJ나 대상같은 식품회사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종류가 너무 많아 그 기세에 질릴 정도다. 그런데 모기업 산하의 개별 브랜드만 400백여개를 보유한 다국적 소비재 브랜드인 유니레버에 비하면, 그들 또한 단촐할 정도다. 유니레버의 브랜드 맵을 보다보면, 도대체 이 많은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할까라는 생각도 들고, 이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들은 얼마나 머리가 복잡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생각하면 만일 이런 ‘브랜드'마저 없었다면 이렇게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구분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과 맞먹을 정도는 아니라도 굉장히 복잡한 브랜드 구조를 가진 곳이 있으니 바로 ‘연예 기획사들’이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획사 산하에 수십개의 새끼 기획사(레이블)을 두고 있고, 최근에는 2차 저작물.. 2021. 3. 25.
교촌과 맘스터치의 브랜드 리뉴얼의 이유 며칠 전 지나는 길에 리뉴얼한 교촌치킨 매장의 모습을 봤다. 뭔가 기업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을거라는 예상을 했다. 교촌이라는 이름만 같았지 보여지는 브랜드 이미지는 기존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이전 캘리그라피로 표현된 BI는 배달용 패키지 정도에만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브랜드 확장성이나 무게감 측면에서 볼 때는 분명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리뉴얼은 당연한 변화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런 변화가 좀 낯설고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서야 안 사실이지만 교촌은 이미 작년 2020년 9월에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고 한다. 올해 초에는 모기업인 교촌에프앤비의 CI까지 교체한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에 치킨 브랜드 중에서도 선두 그룹에 있는 맘스터치 또한 작년 2020년 11월에 브랜.. 2021. 3. 17.
다자인 재능은 기브 Give가 아니라 리브 Live 하는 것이다 디자인 하나만 해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나서 정말 많은 부탁을 받아왔다. 내 상황이 아주 어렵지 않다면 대부분 거절하지 않고 해줬다. 부탁하는 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부탁할 때는 그 사람 또한 내가 부탁했을 때 흔쾌히 수용하겠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는 그런 마음이다. 그런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예 부탁조차도 하지 않으니까. 로고 하나만 그려줘. 그려놨던 마크 하나만 보내 달라는 말이 상처가 될 때도 있지만 내가 해 준 디자인이 그 사람의 사업과 브랜드에 도움이된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의 목표점에 가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할 수준의 디자인만 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런 부탁은 대부분이 .. 2021. 3. 15.
의미는 깊게, 소통은 얕게 '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브랜드가 가진 비전과 미션, 에센스, 존재이유, 핵심가치, 장단점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정의하는 일은 브랜딩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에 대해 깊이있는 연구가 이뤄지고 빠져있다 보면, 도대체 이 무거운 내용들을 다 어떻게 고객들에게 전달해야할지 막막해진다. 진지한 얘기들만 늘어놨다간, 고객들이 질려서 금방이라도 뛰쳐 나갈 거라는 걱정이 든다. 그렇다고 브랜드의 깊이에만 빠져 있는 내부 구성원들과 관계자들이 그걸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그들에겐 브랜드가 굉장히 무겁고 깊으며 의미 가득한 일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컨설팅사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이러한 지점의 어려움을 풀어내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말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 2021. 3. 12.
브랜드 스타일이 중요한 이유 회사 견적서를 보낼 때 엑셀이나 MS워드같은 문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지 않고 일일이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편집하고 있다. 만들어 놓은 틀이 있긴하지만, 프로젝트마다 성격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보낼 때마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일반 문서라면 십분이면 될 걸 길게는 한시간을 넘게 작성하기도 한다. 이런 미련해 보이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견적서란 게 우리 회사의 감각을 전하는 첫번째 작업물이기 때문이다. 기성 문서 프로그램으로는 아무래도 우리가 추구하는 미세한 감각까지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의도한대로 레이아웃이나 서체의 비율조정과 배치가 어렵다. 숫자만 있으면 되는 견적서에 무슨 감각이냐고 하겠지만, 다른 회사도 아닌 디자인 회사의 견적서는 좀 달라야하지 않을까. 고객들이.. 2021. 3. 11.
브랜드의 호감은 사소한 것에서 가수 비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치킨 먹는 모습이 나왔다. 꽤나 익숙한 로고가 보였다.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존재는 익히 알고 있던 프라닭이라는 브랜드였다. 처음 프라닭을 봤을 때 참 유치하긴 하지만 재밌는 발상의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와 후라이드 치킨에서 따온 이름이라니! 좋게 보면 재치있지만 한편으론 짝퉁같은 느낌이 들어 음식에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주문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어제는 호기심이 일어 주문하게 됐다. 늦은 밤 공복에 누군가 치킨 먹는 걸 보고만 있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기도 하고. 도착 알람이 울렸다. 문 앞에 가보니 비닐 봉지가 아니라, 검은색 부직포 가방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프라다에서 산 핸드백이나 신발을 누.. 2021.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