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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42

머리 속 광활한 대지 위에 아이디어를 그려보자 예전 디자인 회사를 다닐 때였다. 두어 시간에 한 번씩은 동료들과 잠깐씩 나가 흡연을 했다. 그 땐 나도 하루에 한갑 정도 담배를 피울 때였는데, 놀랍게도 한명 빼고 회사의 모든 남자 디자이너들이 흡연하는 상황이었다. 업무 중간 중간에 머리도 식히고 동료들과 고민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나는 참 좋았다. 계단 가득 담배 연기만 빼면 말이다. 한 번은 함께 있던 동료 디자이너가 담배를 쥔 손으로 공중에 마치 연기로 그림을 그리는듯한 동작을 하길래 뭐하는 건지 물었다. 그 동료 대답이 디자인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있다는 거였다. 매번 아이디어를 종이나 그래픽 툴 위에 그려서 직접 확인해야하는 나로서는 꽤나 신선한 자극이었다.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머리 속에 하얀 대지를 펼쳐 놓고 아이디어를 그.. 2020. 12. 7.
' 고급스럽게 해주세요 ' 브랜드와 기업의 디자인 컨셉을 논의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 두개가 있다. 바로 '고급’과 '전문'이다. 오늘은 먼저 '고급'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고급스럽다는 게 과연 뭘까? 고급이라는 명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번째, ‘물건이나 시설 따위의 품질이 뛰어나고 값이 비쌈’을 뜻한다. 두번째, '지위나 신분 또는 수준 따위가 높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 단순한 뜻이 디자인으로 넘어오면 물건이나 지위에 붙는 용어가 아니라, 이미지에 붙어 애매하고 실체도 없는 희한한 단어가 되어 버린다. ‘ 고급스럽게 해주세요 ‘ 디자인 의뢰를 받으면서 이 말 처럼 자주 듣는 말도 없지만, 이 말만큼 어려운 말도 없을 것이다. 고급스럽게 보이고 싶지 않는 브랜드가 과연 있을까? 물론 상품과 서비스의 특성을 고.. 2020. 12. 2.
쿠팡이 쿠팡마켓이었다면 어땠을까? '마켓컬리'가 그냥 '컬리'였다면 어땠을까? '쿠팡'이 아니라 '쿠팡마켓'이었다면 어땠을까? 브랜드 네임의 앞이나 뒤에 '마켓'을 붙였는지 안 붙였는지에 따라 브랜드가 내린 전략적 결정을 엿 볼 수 있다. 마켓컬리는 앞에 마켓을 붙여 온라인 쇼핑이라는 업의 속성을 확연히 드러낸다. 컬리너리(Culinary :식문화의)에서 따 온 컬리라는 조금 어려운 단어가 마켓을 붙임으로 해서 훨씬 더 쉽게 느껴진다. 중간에 '켓, 컬'이 연속되는 거센소리 파열음은 한번 말하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소리라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전체적으로 이름이 길어졌지만 '컬리' 단독으로 쓰였을 때보다 더 많은 장점이 생겼다. 하지만 단점도 있기 마련인데, '마켓'을 붙이면서 쇼핑몰 말고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는 닫.. 2020. 11. 23.
같은 상징 다른 분위기 로고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브랜드란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적인 요소뿐아니라, 브랜드 정신, 성격, 분위기 등 비감각적 요소까지를 포함한 총체적 이미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고는 분명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워낙 많은 로고들이 세상에 나왔으니 표현 대상마저 겹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인데 신기한 건 표현 소재나 방식이 유사해도 로고가 담고 있는 스토리가 다르면 또 완전히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하이네켄은 같은 별을 표현했지만, 느껴지는 건 완전히 다르다. 같은 그린계열의 색상인데도 전혀 비슷해보이지 않는다. 하이네켄의 그린이 청량감을 준다면 스타벅스의 그린은 오히려 진지하고 점잖게 느껴진다. 제품 영역의 카테.. 2020. 11. 16.
진정 열린 시대로 이동 중 코로나로 인해 어딜 가든 막힌 공간은 꺼려진다. 노래방, 멀티방, 소주방 등 폐쇄적 밀실 문화는 이제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열린 공간에서의 비즈니스는 더욱 활성화 되지 않을까 싶다. 옥상을 활용한 식당과 카페, 공연과 극장. 야외 공원에서의 피트니스 교육과 세미나. 소모임이나 파티 그리고 결혼식 등의 시도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도심을 빽빽히 채우고 있는 옥상 공간 활용은 이 시기에 정말 좋은 비즈니스 기회하는 생각이든다. 옥상을 업무용 카페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땡볕의 여름이나 눈 오는 겨울이 아니라면 옥상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면 어떨까.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적당한 간격으로 앉아서 회의를 한다면 분위기도 더 부드러워져 사무실 천.. 2020. 10. 30.
폼 잡는 게 왜 이리 어려울까 폼은 중요하다. 운동선수도 폼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폼이 잡혀야 진짜 실력이 나오고 그걸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 투구폼 하나를 만들기 위한 투수들의 노력은 얼마나 대단한가. 팔이 부서질 때까지 던져야 비로소 좋은 폼 하나를 얻는다. 나도 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폼생폼사 중 한명이다. 블로그의 폼을 네이버로 할건지 브런치로 할건지 티스토리로 할건지 일년을 고민했다. 결국은 다 해 본 후 티스토리를 주력으로 하고 브런치를 간간히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내 기준에선 어떻게 해도 폼이 안났다. 그저 광고판같은 느낌이랄까. SNS의 폼도 처음에는 트위터로 할지 페이스북으로 할지 텀블러로 할지 인스타그램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페이스북을 주력으로하고 인스타를 보조적으로 쓰고 있다.. 2020. 10. 26.
가로채고 훔치는 일 컨셉트(Concept)에는 인터셉트(Intercept)의 가로채다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낼 것인가. 낚아 챌 것인가는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이죠. 그 판단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고수와 중수와 하수로 갈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카소도 그런 말을 했다잖아요.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제가 아는 모든 방면의 고수들 역시 인터셉트의 귀재들이었습니다. 좋은 걸 가로채와서 어떤 것이든 그 안에 자신만의 개념 논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죠. 다 비슷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자신 안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여기 저기 주변에서 채집하거나 가로 채거나 훔쳐 낸 것들을 엮어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들이 봤을 땐 그냥 돌덩이일 뿐인.. 2020. 10. 21.
포지셔닝 - 마음 속 시장에서의 위치 포지셔닝이란 개념을 처음 듣고 눈이 번쩍 뜨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포지션이란 게 전체 시장 안에서의 표면적 위치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소비자 인식의 지형 안에서의 차별적 위치라는 거라 얘기였죠. 이 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이라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 알고 나서는 벤치마킹이라는 이상한 용어까지 써가며 묻지마식 시장조사를 했던 시간들이 조금은 허망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애플같은 브랜드들은 시장조사조차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물론 이런 대단한 브랜드들이야 남들이 어떻게 하든 별로 신경쓸 일이 없으니 당연하고 우리같은 조촐한 브랜드들과는 상황이 다르긴 하죠. 그렇지만 앞 서 말한 포지셔닝의 개념에 더욱 집중해 고객 인식 속 시장에 대한 지형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한.. 2020. 10. 17.
본캐와 부캐 주식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 같던 지인들까지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면 요즘 주식 가격을 올리거나 버티 게 하는 건 이들과 같은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주식도하고 쇼핑몰도 하고 유투브도하는 시대. 투잡 부흥의 시대. 부캐 득세의 시대. 이렇게 뭐라도 해야 될 것만같은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개인 소득의 미래도 미중간 대립이 날로 거세지는 세계 정세도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를 새로운 전염병도 어느 하나 예측할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 아닐까 싶기도합니다.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뭐라도 해보기 위해 각종 부캐와 수익을 위한 각종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건 본캐가 완벽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본캐로 충분한 금전적 보상과 정서적 충족감을 얻고 있.. 2020.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