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42 리더가 만들어가는 브랜드 브랜딩 서비스를 하면 할수록, 서비스 제공자인 우리보다 당사자인 브랜드의 리더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든다. 우리는 그저 그들이 가진 철학과 비전의 언어를 고객들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역할이면 충분한 게 아닐까. 다만 우리도 최고의 번역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같은 책이라도 번역의 수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책이 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충실한 이해를 넘어 충분한 전달력까지 갖춰야 할 것이다. 종종 이런 경우가 있다. '어떻게 내 머리 속 생각을 그렇게 잘 알아요?' 마치 자신이 생각했던 걸 눈 앞에 구현해낸 것 같다며 동공이 확장됐던 CEO 몇 분을 뵌 적이 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써 놓은 것 같다는 분, 최고의 영화 예고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는 분도 계셨다. 사실 이런 .. 2021. 2. 1. 브랜딩의 시작은 목표 고객의 취향과 정서를 파악하는 일부터 트로트 붐의 진원지가 된 황태자 임영웅의 찐팬인 장모님께 릴보이의 랩을 들려 드린다면 어떤 반응이실까? 클래식으로 고상한 아침을 여는 우리 모 작가님께 아침부터 금속성 가득한 하드코어 메탈을 들려준다면 ? 장모님께는 별로 좋은 소리 못들을 것이고, 모 작가님의 심기도 불편하게 만들게 확실해 보인다. 취향이 아닌 음악을 듣는 건 광장한 스트레스가 되듯, 취향이 아닌 브랜드나 상품은 추천 받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브랜딩의 시작은 반드시 목표시장의 취향과 정서를 파악하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모님 상대로 릴보이 영업을 하거나, 특별한 날 여친에게 순대국을 권하는 실수는 말아야하니까. 목표 고객의 연령과 성별, 지역 등을 대략 설정하고 나면 소설을 쓰듯 등장 인물인 고객에 대해.. 2021. 1. 27. 생강차에 오뚜기 마크는 왜 어색할까? 유자차 패키지 한가운데 오뚜기 마크가 큼직하게 들어간 사진을 보고 나는 왜 케찹 맛 유자차를 떠올렸을까. 오뚜기라는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나 제품력과는 상관없이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은 이유는 뭘까? 오뚜기 마크 자리에 다른 마크가 붙었다면 어땠을까? 머리 속으로만 상상했던 걸 실제로 적용해봤다.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같은 종합식품 브랜드인 청정원 마크로 스위칭했다. 그랬더니 케찹향은 사라지고 제품 본래의 유자향이 날 것 같았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청정원에도 순창 고추장이나 햇살담은 간장이라는 오랜 장수 제품이 있지만 유자차에서 장맛이 날 것 같지 않는 게 오뚜기와는 달랐다. 왜 그랬을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겠지만, 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입맛을 다시는듯한 얼굴의 캐릭터 마.. 2021. 1. 23. 브랜드 디자인의 출발은 개념의 이해부터 개념의 이해없이 디자인을 시작하는 건, 마치 지도없이 목적지를 찾아나서는 것과 같다. 브랜드가 속해있는 업의 용어들과 그 분야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이해하고, 또 이해한 걸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마치고 출발해야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관련 정보들의 개념이 잡히고, 거기에 맞는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나서 디자인을 하려고 하면, 도무지 뭘 그려내야할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할지 실마리가 잡히질 않는 경우가 많다. 개념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들이 많겠지만, 내 경우에는 브랜드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그 용어들을 몸에 붙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 그 단어를 되새김질 하는 편이다. 일단 단어들이 내 몸에 착 달라 붙는 기분이 들어야 그 용어를.. 2021. 1. 20. 브랜딩이란 브랜드 코드를 심는 일 서로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중요하다. 어렵지 않게 상대의 코드를 읽을 수 있어 서로를 맞추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더 유용한 곳에 쓸 수 있다. 힘들이지 않아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갈 수가 있다. 브랜드의 가장 이상적 목표도 브랜드에 맞는 고객 코드를 찾는 일이어야하지 않을까. 고객 인식 속에 브랜드가 원하는 인식 코드를 심는 일 아닐까.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으로 고객을 유도해 브랜드의 로열티와 충성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코드에 맞는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브랜드만의 매력 코드를 심어 놓고 고객들이 그 걸 알아 차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은근히 숨겨 좋은 코드를 상대가 알아채는 순간 얼마나 짜릿할까. 흔치.. 2021. 1. 17. 희미하게 들으면 다 비슷한 음악,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한 브랜드 같은 장르안에서 완전히 다른 노래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7음계 밖에 되지 않는 요소로 이렇게나 폭 넓게 표현할 수 있다니, 매번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최신곡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 다양해 보이는 음악들도 장르라는 틀로 묶어내면 비슷 비슷한 패턴이 있기 마련이어서 희미하게 들으면 어떤 곡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다. 이어폰 사이로 음악이 새어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베토벤과 모짜르트는 구분이 될까? BTS와 NCT의 멜로디는? 릴보이와 기리보이의 비트? 아마도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좋은 음질로 듣는다면 어떨까. 다시금 리듬과 박자, 멜로디 라인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음색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곡으로 들릴 것이다. 클래식, 발라드, 댄.. 2021. 1. 13. [로고는 적용을 따른다] Part 1. 식품브랜드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은 디자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념 중 하나다. 디자인의 실용적 측면에 방점을 둔 이 말은 보통 제품이나 건축 디자인에 대입하면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하지만 ‘기능’을 ‘적용’으로 바꾼다면 브랜드 디자인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제품 디자인 못지 않게 브랜드 디자인의 기능성과 적용성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멋지고 근사한 브랜드 로고가 있어도 그 게 적용될 매체와 상황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식품회사의 로고는 같은 브랜드명을 가지고도 적용 대상에 따라 다른 형태와 색상을 가진 전혀 다른 로고를 쓰기도 한다. 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기업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로 모두 Dongwon을 쓰고 있지만, .. 2020. 12. 23. 디자인 주치의 버스를 타고 가다가 건물 사이 사이 마치 치아처럼 촘촘히 박힌 치과병원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치과만큼은 아니지만 척추관절 분야의 병원들도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이 인류를 만들 때 치아와 뼈를 무려 백세까지나 살아도 문제없게 셋팅하진 않았을 것이다. 쓸수록 닳고 망가질 일도 많은 부분이니 당연히 병원을 자주 찾게 될 것이다. 치아와 뼈는 우리 몸의 영구 부속품이 아니라 소모품이니까. 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한 건물에서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박힌 치과와 정형외과들을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의료 시스템과 서비스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만큼 우수한 인재들도 더 많이 몰리게 됐고, 원래 좋았던 직업적 위상도 점점 더 올라갔다. 아마도 '사'자가 들어가는.. 2020. 12. 21. 브랜드 로고 아이디어 발상법 애플 마크가 좋은 건 ,그냥 사과가 아니라 한입 베어문 사과라서 매력있다. 윈도우의 창은 그냥 창이 아니라 웨이브가 있는 창이라 좋다. 맥도날드의 M은 그냥 M아니라 웃는 모습이 연상되는 M이라서 좋다. 브랜드 로고가 흥미로워지려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OOOO한 대상'으로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그냥 사과가 아니라 '베어 문 사과'로 그냥 창이 아니라 '웨이브가 있는 창'으로 그냥 M이 아니라 '웃는듯한 M으로. 베어 문 사과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라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웨이브 치는 창문은 인터넷의 대양을 헤쳐 나가는 배의 깃발이 된다. 웃는듯한 M은 햄버거 푹신한 곡선이 떠오르기도 하고 먹었을 때의 즐거움과 행복감이 보이기도 한다. 그냥 사과고 창문이고 M이었던 재료 위에 베어 문, .. 2020. 12. 1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