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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K]/씽킹 브릭42

배우고 쓴다. 쓰면서 다시 배운다.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이 일을 오래하려면 ‘브랜드’에 대해서도 잘 이해해야하고, ‘디자인’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도 어려운데 둘 다 잘하려면 정말 만만한 일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디자인’은 그래도 선배들이나 동료들 어깨 넘어로 보고 배우기도하고, 이것 저것 해보고 깨지고 부딪치고 좌절하면서 조금씩 늘어갔었던 거 같은데, ‘브랜드’는 정식 교육 기관이나 강의가 아니면 배우기가 어려웠다. 시간도 비용도 너무 많이드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책’이라는 선생이었다. 가장 가깝고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배움을 주는 분이었다. 그렇게 30대가 넘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 10,20대 때는 잘 안하던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브랜드의 공부를 시작하면서는 왠지 이 .. 2021. 4. 30.
코드가 맞는 사람, 코드가 맞는 일 어떤 사람은 내가 작심하고 던진 유머에 미동도 없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별 생각없이 가볍게 던진 농담에도 배꼽을 부여잡는 사람도 있다. 나와 유머 코드가 맞는 사람이다. 어떤 의뢰인은 몇날 며칠을 고민해 준비한 디자인에 시큰둥할 때가 있다. 반면 평소하던대로 힘들이지 않고 가져간 디자인에 손뼉을 치며 좋아할 때도 있다. 나와 디자인 코드가 맞는 사람이다. 함께 영화를 보는데 영화에는 집중 못하고 연신 하품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반면 나와 함께 고개가 스크린에 들어갈 것처럼 몰입해서 보는 사람이 있다. 나랑 영화 취향의 코드가 맞는 사람이다. 예시로 든 세가지 경우말고도 찾으려면 얼마든지 비슷한 상황들이 있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짝을 찾을 때도, 일을 맞길 때도 원래부터 잘되고 안될 가능.. 2021. 4. 21.
재택근무의 일상화 일년 작년 딱 이맘 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 난생 처음 재택 근무란 걸 해봤다. 집중도 안되고 일할 분위기도 안 잡혀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건 일상에서 일터로 가는 이동 시간이 너무 짧다는 거였다. 출근길에 단 몇십분이라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일상과 일터를 나누는 완충지대가 고작 소파와 책상까지의 거리라니. 이 건 마치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차였던 내가 한 순간에 전기차가 된 기분이랄까. 적당한 소음으로 시동이 걸리고, 엔진의 거친 펌프질이 시작돼야 나아가던 몸과 머리를 전선만 꽂아 충전하면 바로 치고 나아가야하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일년에 지난 지금은 어떨까? 그때보단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상과 일터가 분리돼지 않는 건 불편하다. 몇 .. 2021. 3. 3.
봄의 이름이 가을이라면 갑자기 포근해진 날씨가 마치 봄날같은 하루였다. 문득 봄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그냥 혼자 생각에 다양한 색깔의 꽃도 피고 새싹도 돋으니 '볼' 게 많아서 '봄'이라 붙였을까? 엉뚱한 상상을 하며 검색을 했는데 정말 뜻밖의 답이 보였다. 이런 내용이다. 원래 봄은 갈수기 철의 가을(갈), 여름은 큰(巨)비가 내리고 더운 철이라 겨울, 가을은 살(肥)이 오름(천고마비), 비오름을 줄여서 봄, 겨울은 이슬이 얼음이라서 여름이라는 국립국어원의 답변이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과는 정반대되는 거라며 재차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눈이 번쩍 뜨일만큼 놀라운 설명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실은 가을, 겨울, 봄,여름이었다니. 천동설을 찰떡같이 믿고 있던 지동설이 맞을 수 있겠구나라는 .. 2021. 2. 21.
살아갈 때 도움이 되는 생각들 대전제 하나, 사람들은 바쁘다. 그 게 일이든 개인사든 상관없이 항상 바쁘다. 백수도 과로사한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듯하다. 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항상 끊임없이 뭔가를 찾아내고 해보고 피곤하고 자고 일어나고를 반복한다. 대전제 둘,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사람마다의 우주가 있다. 때문에 자신의 우주 안의 일들이 가장 중요하다. 우주 밖 일들까지 돌볼 여유가 없다.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예를 들어 내가 아프다거나 내가 슬프다거나 내가 사랑에 빠지거나 하면 그 현상은 더 심해진다. 사랑에 빠졌을 때를 생각해보자. 남녀의 사랑일수도있고 일에 대한 사랑일수도 있고, 좋아하는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겠다. 나와 사랑하는 대상의 우주, 세상에는 단 두개의 우주가 전부다. 다른 우주들은.. 2021. 2. 13.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상 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내가 하지 않는다고 내가 쓰지 않는다고 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나는 그 시장이 그렇게나 어마어마한 곳인지 최근에야 비로소 알았다. 어렸을 때 빼고는 만화를 거의 본적 없는데, 카카오페이지라는 웹툰 플랫폼이 80여개의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성장세가 높다는 뉴스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아니, 도대체 왜? 결혼 전에는 스드메*라는 시장이 청담동 일대에 거미줄처럼 연결됐다는 걸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독서 매니아층이 많은 알라딘에서 굿즈가 그렇게나 많이 팔려나가는 줄은 전혀 몰랐다. 해외주식과 비트코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여성들이 옷보다 화장품 쇼핑 횟수와 구매율이 훨씬 높을 거라는 지인 여성분의 말을 듣고 .. 2021. 1. 12.
더 만족도 높은 생활을 위한 소비 치약을 쓰다가 자주 오래 쓰는 것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치약은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번이나 쓰는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물품인데, 왜 이 정도의 향과 맛 밖에는 만들 수 없을까. 기호품이라기 보다는 생필품에 가까워서 그런걸까. 치약 제품의 대부분이 구강 청결의 목적과 기능에만 초첨이 맞춰있어 불만이다. 언젠가 어떤 숙소에서 가져 온 어메니티는 그 향 하나때문에 매일 샤워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프랑스 브랜드였는데 거품을 내자마자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풍기던 각종 허브와 꽃 향이 한데 어울리며 온 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품있고 근사한 향과 질감 때문에 그 날의 피로를 잠시 잊을 수 있었고 내가 왕비(?)가된 기분까지 들었다. 치약이 그 정도.. 2021. 1. 4.
보이는만큼 존재하는 세상 출근길 신호등에 섰는데 유모차 안에서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예전같으면 신경쓰지도 않고 그냥 외면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간다. 부모가 된 지금은 유모차 안의 세계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하나 사려고 했더니 자전거의 세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전까지 몰랐다. 인도 위에 이렇게나 많은 자전거 거치대가 있었는지를. 더구나 타는 사람도 이렇게 많은지는 더더욱 몰랐다. 자건거라는 세계를 살피는 계기가 됐다. 흰색 스니커즈를 살려고 보니 사람들의 발밑 세계가 눈에 들어 온다. 이 전에 걷고 보던 거리가 아니다. 별 차이도 안나는 그저 하얀 운동화일뿐인데 찾아보면 브랜드의 종류도 가격도 참 다양하다. 천연인지 합성가죽인지, 디테일과 착화감의 차이도 크다. 이 전에는 체감하지.. 2020. 11. 18.
[청계산] 솟솟618 카페 가을이 벌써 지나가는 게 아쉬워 청계산을 찾았다. 신분당 청계산입구역 바로 앞 청계산 근린광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옥녀봉을 목표로 하고 올랐다. 정상까지가 초입에서 1750m다. 편도로 1시간이라고 한다. 주차를 하고 굴다리를 지나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분위기 있는 카페. 솟솟618카페가 눈에 들어 왔다. 너무나 익숙한 숲모양의 심벌마크가 익숙하다. 대한민국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심벌마크다. 예쁜 굿즈들이 소유욕을 일으킨다. 제품들도 자연스럽게 배치해서 광고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힘들게 등산을 마치고 쉬어 가는 산장같은 느낌이 든다. 자갈로된 바닥이 그야말로 아웃도어다. 원목으로 만든 작은 테이블의 감성이 좀 귀엽고 아담하고 멋스럽다. 감각적인 사진이 그래도 여기가 카페구나라는 생.. 2020.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