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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들으면 다 비슷한 음악,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한 브랜드 같은 장르안에서 완전히 다른 노래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7음계 밖에 되지 않는 요소로 이렇게나 폭 넓게 표현할 수 있다니, 매번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최신곡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 다양해 보이는 음악들도 장르라는 틀로 묶어내면 비슷 비슷한 패턴이 있기 마련이어서 희미하게 들으면 어떤 곡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다. 이어폰 사이로 음악이 새어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베토벤과 모짜르트는 구분이 될까? BTS와 NCT의 멜로디는? 릴보이와 기리보이의 비트? 아마도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좋은 음질로 듣는다면 어떨까. 다시금 리듬과 박자, 멜로디 라인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음색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곡으로 들릴 것이다. 클래식, 발라드, 댄.. 2021. 1. 13.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상 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내가 하지 않는다고 내가 쓰지 않는다고 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나는 그 시장이 그렇게나 어마어마한 곳인지 최근에야 비로소 알았다. 어렸을 때 빼고는 만화를 거의 본적 없는데, 카카오페이지라는 웹툰 플랫폼이 80여개의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성장세가 높다는 뉴스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아니, 도대체 왜? 결혼 전에는 스드메*라는 시장이 청담동 일대에 거미줄처럼 연결됐다는 걸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독서 매니아층이 많은 알라딘에서 굿즈가 그렇게나 많이 팔려나가는 줄은 전혀 몰랐다. 해외주식과 비트코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여성들이 옷보다 화장품 쇼핑 횟수와 구매율이 훨씬 높을 거라는 지인 여성분의 말을 듣고 .. 2021. 1. 12.
자동차는 왜 대칭형 엠블럼이 어울릴까? 운전 중 가장 재미있는 일 중 하나는 자동차 뒷태를 감상하는 일이다. 각기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비교하다보면 막히는 출퇴근길이 오히려 즐거울 때도 있다.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서는 당연히 압도적으로 현대차를 가장 많이 볼 수 밖에 없는데,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엠블럼이다. 보다보면 차에 뭔가 착 달라붙는 느낌이 아니라, 차체 위에서 동동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약진하는 현대차 외관 디자인을 따라가지 못하는 엠블럼 디자인은 매번 아쉬움이 컸다. 물론 상호협력을 강조한 철학을 담은 ‘H’마크는 현대차라는 모기업을 대표하는 CI(기업 아이덴티티)로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 마크가 자동차에 붙일 엠블럼으로 쓰려고할 때 생긴다. 왜 볼 때마다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그런.. 2021. 1. 10.
더 만족도 높은 생활을 위한 소비 치약을 쓰다가 자주 오래 쓰는 것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치약은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번이나 쓰는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물품인데, 왜 이 정도의 향과 맛 밖에는 만들 수 없을까. 기호품이라기 보다는 생필품에 가까워서 그런걸까. 치약 제품의 대부분이 구강 청결의 목적과 기능에만 초첨이 맞춰있어 불만이다. 언젠가 어떤 숙소에서 가져 온 어메니티는 그 향 하나때문에 매일 샤워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프랑스 브랜드였는데 거품을 내자마자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풍기던 각종 허브와 꽃 향이 한데 어울리며 온 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품있고 근사한 향과 질감 때문에 그 날의 피로를 잠시 잊을 수 있었고 내가 왕비(?)가된 기분까지 들었다. 치약이 그 정도.. 2021. 1. 4.
'가졌다'에서 '해봤다'로 ‘가졌다’보다는 ‘해봤다’가 먹히는 시대 '샀다'보다는 '써봤다'를 알아주는 시대 경험이 소유를 뛰어 넘는 시대. 가진 걸로 만족할 게 아니라 직접 해봐야하고, 사서 모셔 둘 게 아니라 잘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매거진브랜디 2020. 12. 27.
모두 같은 이름, 모두 다른 이미지 가수는 부르는 노래처럼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도 불리는 이름때문에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한번 들으면 절대 잊지 못하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계속 불러도 자꾸만 까먹는 이름도 있다. 이름이 마음에 안들어 개명하는 사람들도 요즘에는 많다. 더구나 부캐라고 해서 새로운 별명까지 부르는 시대다. 이름은 기업에서도 당연히 중요하다. 브랜딩의 핵심이기도하다. 풀무원이라는 사명으로 식품업계에서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10대 종합식품기업까지 올랐다. 제품력과 마케팅 능력도 있겠지만 친환경, 유기농 등의 이미지를 잘 녹여낸 '풀무원'이라는 이름의 파워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항해하다는 뜻의 Navigate와 ~하는 사람이라는 -er의 접미사가 붙어 만든 '네이버'도 기업의 본질과 가치를 함축적으.. 2020. 12. 27.
평평하고 소소한 것들의 힘 저는 평소 카피라이터야말로 이 시대의 대중화된 시인이자 철학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구요. 카피라이터이자 광고 기획자인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난 이후부터입니다. 소위 광고쟁이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책 속의 한줄 한줄에서 세상의 이치를 해석해내고 그 이면을 꿰뚫어 보는 관점이 놀라웠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분들이 아마 시를 쓰고 철학을 만들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시’ 대신 ‘카피’를 쓰고 계십니다. 뜬금없이 박웅현 님 얘기를 하는 건 소개할 책 ‘평소의발견’을 쓴 유병욱 작가와도 관련이 있어서입니다. 두분은 현재 같은 광고회사를 다니고 한때 한팀이셨던 선후배 사인데요. 두분의 문체가 은근히 닮은 듯 달라서 그걸 비교하면서 읽는 .. 2020. 12. 25.
[로고는 적용을 따른다] Part 1. 식품브랜드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은 디자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념 중 하나다. 디자인의 실용적 측면에 방점을 둔 이 말은 보통 제품이나 건축 디자인에 대입하면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하지만 ‘기능’을 ‘적용’으로 바꾼다면 브랜드 디자인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제품 디자인 못지 않게 브랜드 디자인의 기능성과 적용성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멋지고 근사한 브랜드 로고가 있어도 그 게 적용될 매체와 상황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식품회사의 로고는 같은 브랜드명을 가지고도 적용 대상에 따라 다른 형태와 색상을 가진 전혀 다른 로고를 쓰기도 한다. 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기업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로 모두 Dongwon을 쓰고 있지만, .. 2020. 12. 23.
디자인 주치의 버스를 타고 가다가 건물 사이 사이 마치 치아처럼 촘촘히 박힌 치과병원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치과만큼은 아니지만 척추관절 분야의 병원들도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이 인류를 만들 때 치아와 뼈를 무려 백세까지나 살아도 문제없게 셋팅하진 않았을 것이다. 쓸수록 닳고 망가질 일도 많은 부분이니 당연히 병원을 자주 찾게 될 것이다. 치아와 뼈는 우리 몸의 영구 부속품이 아니라 소모품이니까. 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한 건물에서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박힌 치과와 정형외과들을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의료 시스템과 서비스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만큼 우수한 인재들도 더 많이 몰리게 됐고, 원래 좋았던 직업적 위상도 점점 더 올라갔다. 아마도 '사'자가 들어가는.. 2020.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