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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으로된 기차 2000년 중반 중국 항저우 옆 닝보라는 공업도시에 방문한 적이 있다. 바로 옆이라고는 하지만 4시간 거리. 자동차로 서울 부산거리다.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인상 깊었던 건 그 4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20미터에 가까운 컨테이너 트럭이 기차처럼 연결되는 풍경이었다. 얼마나 공장에서 쏟아내는 물류양이 많으면 저 정도일까.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오늘 출장 길에 중부고속도로를 내려가는데 반대편 차선이 마치 십여년 전 닝보의 고속도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트럭으로 된 기차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코로나의 영향 때문에 물류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걸까. 몇년 전만 해도 평일 오전시간에 자주 이곳을 지났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 고속도로지만 실제는 물류를 실어 나르는 거대한 기찻길이 아.. 2020. 10. 29.
인정하면 편하다. 인정하면 편하다. 그냥 받아들이면 편하다. 오는 자극에 과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일상이 평온하다. 아니 인생이 잔잔하다. 날마다 파도타는 일생은 정말 피곤한 일인가. 왜 쉽게 인정하지 못했던 걸까. 왜 남들을 인정 시키고 싶어 안달이었을까. 언젠가부터 내 외모를 내 출신을 내 능력을 내 약점을 내 자산을 내 처지를 그냥 인정해 버렸다. 그렇게 되끼까지는 참 어려웠지만. 왜 쉽지 않았을까? 남들의 인정에 목말랐던 것 같다. 인정 받으려면 별 것도 없는 나를 숨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그게 숨긴다고 숨겨질 일인가. 한두번은 속일 수 있지만 여러번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피곤하게 사느니 그냥 나를 쿨하게 인정하는 게 훨씬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켜봤자 특별한 재능도 굉.. 2020. 10. 28.
폼 잡는 게 왜 이리 어려울까 폼은 중요하다. 운동선수도 폼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폼이 잡혀야 진짜 실력이 나오고 그걸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 투구폼 하나를 만들기 위한 투수들의 노력은 얼마나 대단한가. 팔이 부서질 때까지 던져야 비로소 좋은 폼 하나를 얻는다. 나도 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폼생폼사 중 한명이다. 블로그의 폼을 네이버로 할건지 브런치로 할건지 티스토리로 할건지 일년을 고민했다. 결국은 다 해 본 후 티스토리를 주력으로 하고 브런치를 간간히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내 기준에선 어떻게 해도 폼이 안났다. 그저 광고판같은 느낌이랄까. SNS의 폼도 처음에는 트위터로 할지 페이스북으로 할지 텀블러로 할지 인스타그램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페이스북을 주력으로하고 인스타를 보조적으로 쓰고 있다.. 2020. 10. 26.
장기하라는 개인 브랜드 사람만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또 있을까. 매력적인 사람의 인터뷰를 읽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좋은 집안과 학벌, 음악적 재능과 매력적인 외모까지. 무엇보다 이렇게나 멋진 생각까지. 모든 걸 가진 참 멋진 이 남자. 장기하. 이 남자에게 마음이 움직인 두 번의 기억이 있다. 첫번 째는 2008년 '싸구려 커피'라는 노래를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다. 기존 대중음악의 논법을 완전히 깨버린 신선한 가사, 랩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기묘한 멜로디와 리듬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자신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가 귀에 쏙쏙 박히는 극한의 전달력은 기이하다정도였다. 저런 가수가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 올랐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행보가 무척 기대됐다. 두번째의 기억은 2011년 여름 지산 락페스티벌에서였다... 2020. 10. 25.
나를 위해 쓸 시간, 내 얘기를 쓸 시간 언제까지 남의 생각을 읽기에만 시간을 쓸 것인가. 언제까지 남의 지식을 배우는데 힘을 쏟을 것인가. 이제 나를 위해 시간을 쓸 때다. 진짜 나의 얘기를 쓸 때다. 잘 읽히지도 않는 남의 얘기와 생각만 읽다 끝나는 인생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 정도 읽었으면 이제는 쓸 때다. 그만 쓸어 담고 써서 증명할 때다. #씽킹브릭 #다짐 2020. 10. 23.
가로채고 훔치는 일 컨셉트(Concept)에는 인터셉트(Intercept)의 가로채다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낼 것인가. 낚아 챌 것인가는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이죠. 그 판단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고수와 중수와 하수로 갈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카소도 그런 말을 했다잖아요.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제가 아는 모든 방면의 고수들 역시 인터셉트의 귀재들이었습니다. 좋은 걸 가로채와서 어떤 것이든 그 안에 자신만의 개념 논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죠. 다 비슷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자신 안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여기 저기 주변에서 채집하거나 가로 채거나 훔쳐 낸 것들을 엮어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들이 봤을 땐 그냥 돌덩이일 뿐인.. 2020. 10. 21.
글자의 거리두기가 만들어낸 아름다움 마가렛호웰 에코백을 보고 들었던 생각을 카드뉴스 형식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이지만 글자간의 거리 또한 조형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너무 붙으면 답답해 보이고 너무 넓으면 헐렁해 보이고. 서체마다 그 적정한 간격이 다릅니다. 마가렛호웰 로고의 글자 간격이 좋았던 건 Gillsans라는 서체를 저런 넉넉한 간격으로.. 2020. 10. 20.
포지셔닝 - 마음 속 시장에서의 위치 포지셔닝이란 개념을 처음 듣고 눈이 번쩍 뜨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포지션이란 게 전체 시장 안에서의 표면적 위치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소비자 인식의 지형 안에서의 차별적 위치라는 거라 얘기였죠. 이 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이라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 알고 나서는 벤치마킹이라는 이상한 용어까지 써가며 묻지마식 시장조사를 했던 시간들이 조금은 허망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애플같은 브랜드들은 시장조사조차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물론 이런 대단한 브랜드들이야 남들이 어떻게 하든 별로 신경쓸 일이 없으니 당연하고 우리같은 조촐한 브랜드들과는 상황이 다르긴 하죠. 그렇지만 앞 서 말한 포지셔닝의 개념에 더욱 집중해 고객 인식 속 시장에 대한 지형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한.. 2020. 10. 17.
아버지와 아들 오늘 아침 출근 길. 신호등에 서 있는데 앞에 같은 옆모습, 같은 키에 같은 걸음 걸이의 부자를 만났습니다. 좀 다르다면 아빠는 카멜색 골덴마이를 손의 절반까지 내려오게 입으시고 검은 색 정장를 입으셨고 조금 낡아 보이는 갈색 가죽 가방들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붉은 빛이 나는 진한갈색 점퍼를 몸에 딱 맞게 걸치고 발목이 살짝 보이는 슬렉스를 입었습니다. 검정색 도트백을 어깨에 걸쳤는데 조금 까불거리는 몸동작이 왠지 직장 2,3년차 대리님 같았어요. 엄마와 딸이 그렇게 나란히 있는 모습은 자주 봤는데 아빠와 아들이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건 정말 처음이라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신호가 바뀌고 저는 따릉이를 타고 그 부자 옆을 휙 지나갔는데 그 아버지의 진한 스킨향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아버.. 2020. 10. 16.